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K스포츠재단에 대한 재정지원을 부영과 SK 등에 요청했지만 조건부를 달자 이를 거절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에 대한 6차 공판에서 정현식(64)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기업들과의 면담 과정 등을 증언했다.
검찰은 "회의록에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과 관련해 부영에 하남시설 건립 재정지원을 부탁하면서 1개 거점에 대략 70~80억 정도 든다고 적혀 있다"며 "이중근 부영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며 다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돼 도와줄 수 있느냐고 했다고 돼 있다"고 물었다.
정 전 사무총장은 "명시적으로 도와주면 지원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는데 억울한 면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수석은 아무런 반응을 보인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면담 내용을 보고하자 최씨는 이런 조건을 달면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고 안 전 수석에게도 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SK에도 가이드러너 육성 방안 연구용역 등의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이같은 내용은 안 전 수석의 수첩에도 적혀 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최씨는 SK 측과 얘기가 다 됐으니 가서 만나보라고 했다"며 "SK 전무를 만나 비인기 종목 선수 발굴 등 소요비용 70~80억원을 설명했는데 SK 측은 '특정재단의 해외전지훈련 비용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 공익재단이니 30억원을 기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SK 측은 돈을 독일 비덱그룹에 바로 보내달라는 요청에는 난색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정 전 사무총장은 "윗선끼리 얘기가 된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밀고 당기는 과정이 있었다"며 "흔쾌히 돈을 주는 게 아니어서 그때그때 접촉한 내용을 최씨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SK가 30억원만 준다고 하고 독일 비덱스포츠로 직접 송금도 안해준다고 해서 최씨가 안받겠다고 한 것 아니냐"고 묻자, 정 전 사무총장은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며 "받지 않는게 좋겠다고 건의했고 최씨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판단했는지 결과적으로 받지 않기로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비덱이 최씨와 정유라씨 지분 100%인 것은 몰랐다"며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에게 회장님이 비덱에 송금하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롯데 측에도 후원을 요구하며 소진세 사장 등 임원을 만났다. 검찰이 "최씨에게 5대 거점 사업과 관련해 롯데 측을 만나보라고 했고 이후 롯데 임원에게 전화가 온 것 아닌가"라며 "롯데에 가서 자금 지원을 요청한 대화를 안 전 수석과 한 적이 있나"라고 질문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내용은 불명확하나 최씨에게 어떤 형태로든 지시를 받았다"며 "롯데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대화를 안 전 수석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안 전 수석이 자신의 보좌관 연착처를 주면서 롯데 자금 지원과 관련한 문서를 요청했고, 정 전 사무총장은 '5대 거점 인재 육성 기획안(문체부)'을 보좌관에게 보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최씨가 안 전 수석에게 알려주라고 했다. 파일은 박 전 과장이 제게 이메일로 보내 보관했을 뿐 문체부가 왜 들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해당 기획안을 청와대로 보냈다"고 밝혔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강제로 내도록 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