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 재판에서 "최순실씨를 미르재단 회장으로 생각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는 "최씨가 미르재단이 프랑스 유명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와 추진한 한식 세계화 사업부터 시작해 '케이밀(K-Meal)' 사업까지 미르재단의 주요사업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면서 "미르재단에 근무하는 동안 최씨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등과 수차례 회의를 했다"며 "차 전 단장은 최씨에 대해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고 '회장님'이라고만 했다"고 전했다.
이어 "최씨가 회의할 때 미르재단이 이런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의견을 냈다"며 "그 회의했던 내용들을 나중에 청와대에서 알고 연락이 와서 최씨를 미르재단 회장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차 전 단장은 "최씨에 대해 '미르재단 주인이나 회장이다'고 이야기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이사는 2015년 10월초 차 전 단장의 소개로 신라호텔의 한 커피숍에서 최씨를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이 전 이사는 "최씨가 '문화사업이 발전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 '돈 욕심을 내지 말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자'고 말했다"면서 "차 전 단장은 초반에 미르재단 인사와 운영에 개입했다. 재단이 어느 정도 안정된 후로는 차 전 단장은 재단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차 전 단장도 최씨처럼 미르재단에서 공식적인 직함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처음 만났을 때나 2~3차례 만났을 때 최씨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했냐"고 묻자, 이 전 이사는 "초반에는 청와대 관련 사업은 생각하지 않았고,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또 이 전 이사는 "2015년 10월27일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과 중국 출장을 갔을 때 출국 전날 비자를 신청했다"며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받도록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실 비서관이 도와줬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시에 김 부총장과 중국에 도착했을 때 코트라 관계자가 공항으로 마중 나오고 통역을 제공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미르재단은 결국 중국문화협회와 MOU를 체결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강요, 강요미수, 사기 미수 등의 혐의로 최씨를 재판에 넘겼다.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사인 대기업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강제로 내도록 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