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특검팀 수사관 등과 함께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9시25분께 모습을 드러낸 김 전 실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 없이 특검 사무실로 향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을 받았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김 전 실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잠시 후 오전 10시30분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해 특검팀과 사실관계를 다툴 예정이다.
김 전 실장은 박영수 특검이 특검팀 출범 당시 가장 까다로운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수사 대상이다. 이미 법망을 피해간 사례가 다수 있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했다는 혐의뿐만 아니라 문체부 1급 공무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다. 김 전 실장은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위증 혐의로도 고발됐다.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 농단 의혹 중심에 있는 인물로도 꼽히고 있다. '왕실장', '기춘대원군'으로 불리며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김 전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뒤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 과정에 박 대통령이나 최씨가 개입했는지 등을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조 장관은 이날 오전 9시10분께 특검 사무실에 도착했다. 검은 코트에 흰 셔츠 차림을 한 조 장관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영장실질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곧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조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밀착 수행한 인물이다. 이후 여성가족부장관, 정무수석 등을 역임하는 등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특검팀은 조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재직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이 2014년 6월 정무수석으로 임명된 뒤 기존 수백명이던 명단이 수천명으로 확대된 만큼, 이 과정에 조 장관의 역할이 있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에 대해 블랙리스트 관리 및 집행 과정에 관여했다는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은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린다.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늦게 결정될 예정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