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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캐는지, 골프공 캐는지…어촌 마을 위협하는 골프장

입력 2017-01-17 11:01 수정 2017-01-2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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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남해에 있는 한 작은 마을에 수시로 날아드는 물체가 있습니다. 바로 골프공입니다. 주민들은 늘 불안해하고 있는데. 논밭에도, 마을 어장에도 계속 날아와서 맘 편히 작업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인지 밀착 카메라가 다녀왔습니다.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정정헌/경남 남해 구미마을 : 밭을 매면 공이 머리 위로 횡횡 날아다녀. 겁이 나서 밭에 일을 못할 정도로…]

[송영문/경남 남해 구미마을 어촌계장 : 말도 못해. 여기 싹 다(모두 다) 골프공밖에…]

마을 주민이 불안해 하는 건 바로 골프공입니다.

제가 서 있는 다리 아래로 바닷물이 흐르고 있는데 바지락이 나오는 이 마을 어장입니다.

저쪽에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 모습도 보이는데요, 인접한 곳에 골프장이 들어서 가까이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저쪽에서도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경남 남해군의 한 마을에 18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배를 피항시키는 항구 바로 옆에 골프장 4번 홀이 만들어졌습니다.

골프장과 주민들의 갈등이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강용식/경남 남해 구미마을 이장 : 정식으로 면허를 내서 관리하는 어장이거든요. 공 날아온다고 위로 올라오지 말라고. 그런데 우리 어장은 저 위까지고 마찰이 매일 있어요.]

실제로 바다에 골프공을 빠트리거나 해안가에서 공을 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골프공이 수년 동안 갯벌에 쌓여 바지락 조업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강용식/경남 남해 구미마을 이장 : 조개를 캐는지 공을 캐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골프공은 5번 홀 근처 시금치 밭에도 날아들고 있습니다.

수확이 한창인 농민에게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김신핌/경남 남해 구미마을 : 공이 내 앞으로 지나가더라고. 머리 다칠까 놀랐어요.]

시금치 밭에 떨어진 골프공을 들어봤더니 흙이 골프공 모양처럼 동그랗게 패어 있습니다. 무른 땅이지만 골프공의 위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한 농민은 사흘 동안 주운 공이라며 고무대야 한가득을 내밉니다.

취재진도 밭에서 20여 분 동안 골프공 14개를 주웠습니다.

밭에서 공 치는 소리가 들리고, 골프장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도 가능합니다.

[골프장 관계자 : (밭에서 골프공을 많이 주워서요.) 원래 골프공이 잘 넘어가는 편이어서, 저희도 기록 따로 하거든요.]

제가 서 있는 시금치밭에서 도로 하나를 두고 바로 골프장이 있습니다.

불과 열 걸음만에 닿을 거리인데 날아오는 골프공을 막을 안전망은 전혀 없습니다.

지난해 리조트 측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골프장 외곽에 향나무와 대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그늘이 생겨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며 주민들이 반대했습니다.

대신 그물망 설치를 요구했지만, 이번엔 리조트 측이 미관이 좋지 않다면서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 어느 분이 한 번 다쳤어요. 심하게 안 다치고 골프공이 떨어질 때 맞아서…여기 시골 사람들은 그렇게 심하게 따지지 않거든요. 그냥 넘어갔죠.]

안전을 위협하는 골프공 민원은 수도권에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경기도의 한 골프장 바로 옆에 도로가 새로 뚫렸는데, 지난 7월 이곳을 지나던 차량 보닛 위로 골프공이 떨어져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이 때문에 안전망 설치와 코스 변경 등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업체 측은 민원이 발생한 일부분만 그물망을 설치했고 이마저도 망 높이가 낮아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슷한 민원이 잇따르는 건 골프장 밖 시설물과의 거리와 안전망 설치 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해 놓은 관련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운동과 휴식을 위해 골퍼가 친 공이 주민들에겐 위협과 불안이 되고 있습니다.

더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촘촘한 그물망 설치 등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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