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 파일은 저희가 지난주 집중 보도해드렸습니다. 저희 JTBC는 단지 녹취 내용을 단편적으로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까지 면밀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취재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겠습니다.
심수미 기자, 우선 오늘(12일) 보도한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은 어떤 상황에서 녹음이 된 겁니까?
[기자]
2012년 8월 19일입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가 있기 하루 전인데요.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 정 전 비서관, 그리고 2012년 말 숨진 이춘상 보좌관 등이 모여서 당선 수락 연설문을 최종 점검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왜 녹취를 했을까요?
[기자]
최 씨는 정 전 비서관을 '정 과장'이라고 부르는데요, 중간중간 강조할 때마다 "이건 좀 적어라" "잘 적고 있느냐"고 확인을 합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 조사에서 "최 씨가 두서없이 얘기하는 스타일이라 나중에 기억하기 어려워서 녹음을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대선후보는 박근혜 후보인데, 최 씨가 회의를 주도하다시피 하면서 지시를 했다는 거군요.
[기자]
네, 검찰이 복구한 이 날의 녹음 파일은 총 4개, 약 90분 분량입니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이 동석한 건 약 50분가량인데요, 그나마 최 씨 발언 비중의 3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앵커]
박 대통령은 "일부 문구나 표현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보통 그렇게 표현하려면, 원래 있던 문장의 조사나 어미 정도만 다듬는 수준을 뜻하지 않겠습니까?
[앵커]
그것보다 조금 더 하더라도.
[기자]
그런데 최 씨는 전체 연설문 구성의 순서나, 내용을 넣고 빼면서 적극적으로 관여를 합니다.
보좌진이 들고 온 초안에 대해 "너무 늘어졌어. 그리고 왔다 갔다 했다니까요"라고 지적을 하고, "첫 번째 과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 개혁이다"라고 순서를 바꾸라고 말합니다.
[앵커]
거의 주도한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반영됐고요.
[기자]
네, 정호성 전 비서관이 "선생님, 지금 말씀하신 거는 되게 좋은데요.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들이 정치 개혁에 대해 우선순위가 아주 뒤쪽입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반론을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박 대통령의 최종 연설이 최 씨의 말을 거의 되풀이하는 듯한 부분도 있던데요.
[기자]
네, 최 씨가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 함께할 것이다. 그 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라고 말했는데 박 대통령 연설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잠깐 들어보시겠습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2012년 8월 20일 :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아끼는 분들이라면 그 누구와도 힘을 모으겠습니다.]
누가, 어떤 그런 거에 연루돼 있다 그래도 나는 그걸 과감하게 정리하고 국민 앞에 털고 가겠다, 라고 최씨가 읊었는데 역시 똑같이 담겼습니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2012년 8월 20일 : 부패와 비리에, 어느 누가 연루되어 있다고 해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과감히 털고 가겠습니다.]
최 씨가 즉흥적으로 말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들이 좀 더 다듬어진 형태로 반영이 되었습니다.
[앵커]
대선후보 수락 연설이라는 것은 사실 박근혜 정부의 뿌리이자 기초적인 틀이나 다름없는데, 박 대통령의 역할은 어떻습니까?
[기자]
최 씨는 박 대통령을 '대표님'이라고 칭하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의 말을 끊고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종종 사용합니다.
박 대통령이 '5천만 국민행복 플랜'과 관련해 "핵심 개념이 뭐냐면"으로 시작해 설명을 하는데, 최 씨가 "국민 행복 플랜에 핵이 없어"라면서 말을 끊고 박 대통령이 계속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도 듣지 않는 정황이 나옵니다.
[앵커]
박 대통령이 강조한 '자신의 철학과 소신'은 어디 있는 걸까요?
[기자]
박 대통령의 투철한 반공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국민 대통합'과 관련해서 "종북 세력까지 그건 아니거든요. 빨갱이까지 한다는 건 절대 아니니까"라면서 통합할 수 없다고 선을 긋고요,
[앵커]
이게 박 대통령이 얘기한 용어들입니까?
[기자]
네, 비례대표제를 없애자는 말도 합니다.
"비례대표를 제일 원하는 게 운동권하고요. 진보, 좌파들이에요. 국민한테 선택을 받아서 들어갈 길이 별로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100% 대한민국을 박 대통령은 얘기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것과는 너무 동떨어진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잘 아는 사이이고 오랜 지인이라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특히 대통령 되기 전에는. 그러나 저희가 문제 삼는 것은 최순실 씨의 역할이 비단 거기에 끝나지 않았다는 데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