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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녹취록 대방출…드러난 '막후 대통령' 최순실

입력 2017-01-06 18:31 수정 2017-01-0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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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측은 최순실 씨가 오래된 지인일 뿐이고, 박 대통령 자신은 철학과 소신을 갖고 국정운영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하고 최 씨의 국정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두 사람이 공동으로 국정운영을 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러가지 정황이 명확해보입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과 최 씨의 통화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기자]

오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28분 34초 분량의 통화 녹취파일 가운데 일부가 한 조간신문에서도 대방출됐습니다.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것에는 정 전 비서관과 최 씨 사이의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는데요. 예전에 검찰 관계자는 "10초만 들어도 촛불이 횃불이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죠.

어제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에서 열린 두번째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최 씨로부터 '아주 조금', '지극히 일부'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과연 이 녹취록을 읽고도 그처럼 주장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최 씨의 모습은 청와대 참모에게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며 대통령 행세를 하는 막후 대통령, '최순실 여사'였습니다.

먼저 최 씨는 새해 예산안 통과에 협조를 해주지 않던 야당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깨알같이 지시를 내립니다.

[최순실-정호성 녹취록 내용 (출처:동아일보) : 아니, 그렇더라도 12월까지 안 하면 우리가 외국인 투자 ×××하니까, 항상 이런 게 이렇게 하는데 만날 그 야당에서는 여기서 그런 거 저기, 그 저기 뭐야.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 못 지킨다고 그렇게 하면서도 전혀 협조를 안 해 주니까 이거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그리고 그게 민생 붙잡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거 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사회에서 그렇게 불, 불공정한 사태가 나고, 이렇게 그, 저기, 난맥상을 나오고, 그 저기.]

참고로 최순실 씨 실제 육성이 아니라, 정치부회의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TBS교통방송에서 맹활약중인 전영미씨께서 직접 도와주셨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최 씨는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국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지침을 내립니다.

"앞으로 그런 것이 좀 지켜질 수 있도록…국회나 그런 거를 좀 협조를 해야지"
"그거 자체를 자꾸 그런 공격의 대상이나 그런 거를 삼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좀 에둘러서 이제 공직 기강을 잡아야 될 것 같아"
"그 거를 하나 넣으세요, 좀"이라고 최 씨가 이야기를 하면, 정호성 전 비서관은 "예, 알겠습니다"라고 깍듯하게 답합니다.

이밖에도 '해외에 놀러다니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야 한다며 일정까지 개입했습니다.

한편,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도 녹음을 했는데요. 이번에도 TBS교통방송에 출연하는 전영미씨가 재능기부를 해주셨습니다. 들어보시죠.

[대통령-정호성 통화 녹취록 내용 (음성대역) : 그러니까 이제 석기시대가 끝나고 청동기시대로 넘어왔잖아요. (예, 예) 그런데 석기시대가 끝나게 된 게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게 아니잖아요. (예) 그게 이제 청동기라는 그 어떤, 그 나름대로의 그 당시의 기술로 그렇게 하니까 돌보다 훨씬 좋으니까 이제 청동기시대로 넘어가버린 거잖아요, 돌이 없어서가 아니라. (예) 마찬가지로 이 석유에너지, 자원 문제라든가 또 기후변화 대응 문제라든가 이것도 지금 뭐, 그, 어떤 그 화석연료라든가 그거가 지금 그, 없어서가 아니라, 응? (예) 어떤 그, 지금은 그때보다도 더 기술도 좋고 그러니까 그 과학기술이나 어떤, 이런 걸 통해서 이제 그, 다른 에너지로 이렇게, 응? 또 한 번 도…]

전영미 씨 정치부회의에 '재능 기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상복 부장이 한턱 쏜다고 합니다.

다시 발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정 전 비서관은 횡설수설하는 박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녹음을 해뒀다가 다시 들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후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아주 깔끔한 문장으로 이렇게 정리된 것 같습니다.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 (2015년 7월 9일) :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다'하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기술이 나왔기 때문에 청동시대로 들어가면서 돌이 사방에 널려 있어도 그걸로 이제 더 이상 그릇이나 이런 것을 만들지 않게 됐다는 거죠.]

정호성 전 비서관이 검찰에 휴대전화를 압수 당한 뒤 울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박 대통령처럼 '그거', '저거', '이렇게', '저렇게'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최 씨의 요구사항을 빠트리지 않으려는 꼼꼼한 일처리 욕심에 녹음을 했던 건데, 결과적으로는 최 씨 국정 개입의 실체를 보여주는 핵심 증거를 남겼던 겁니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정호성-최순실 '통화 녹취록' 대방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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