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전화의 통화파일 내용, 매일 새로운 정황들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담화문, 또 수석비서관 회의 대통령 발언에 관여를 했다는 것에 이어서 이번에는 외교, 경제, 예산에도 개입을 한 정황인데요. 그야말로 전방위입니다. 먼저 우리나라가 유치한 첫 국제기구인 녹색기후기금 개소식, 대통령 참석 여부에 대해 지시를 내리는 부분입니다.
박창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 12월 4일 녹색기후기금, GCF의 사무국 개소식이 열렸습니다.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으로 불리는 GCF는 우리나라가 유치한 첫 국제기구여서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GCF 개소식 참석 일정까지 최 씨가 관여한 정황이 정호성 전 비서관과의 통화 파일에서 드러났습니다.
먼저 최씨가 "개소식은 안 가는 걸로 하면 되지, 녹색은?"이라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안 가는 걸로 되어 있지만 변경할 예정이라고 답합니다.
그러자 최 씨가 다시 지시를 내리고 정 전 비서관이 한숨을 내쉬며 "(대통령이) 안 가도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정 전 비서관은 "안 가도 되지만 지금 경제수석이나 여기저기서 꼭 가셨으면 하는 요청들이 많이 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같은 대화가 있고서 일주일 뒤까지도 박 대통령은 "밝힐 수 없는 중요한 일정이 겹쳤다"며 개소식에 불참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총재가 참석할 예정이었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참석 여부를 조율하던 때여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불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늘자 결국 박 대통령은 개소식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참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을 향해 이래라 저래라 할 정도로 최씨의 영향력은 상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