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피고인들은 들어오라"
재판장의 말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전좌석 150석에 앉은 일반 방청객과 취재진은 물론 법원 관계자들도 숨소리를 내지 못했다.
곧 이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1)씨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카메라 셔터가 연이어 터지면서 그 침묵이 깨졌다.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에서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48)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 대한 1차 공판이 열렸다.
최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부터 피고인석에 앉을 때까지 줄곧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재판부의 허락 하에 진행된 사진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단 한번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취재진들이 법정을 빠져나가는 그 순간, 최씨는 고개를 들었다.
최씨는 재판이 시작되자 자신의 변호인인 이경재(68·사법연수원 4기) 변호사에게 귓속말을 건넸다. 이후 변호인이 들고 있는 자료를 살폈다.
미결수용자들이 자비(영치금)로 구매해 입을 수 있는 흰색 수의를 입고, 다소 헝클어진 머리를 한 갈래 뒤로 묶은 최씨는 입을 다문 채 재판 진행을 지켜봤다.
안 전 수석은 최씨와는 달리 다소 침울한 표정으로 변호인과 수시로 상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나선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 프레젠테이션을 조용히 지켜봤다.
정 전 비서관은 고개를 뻣뻣이 세운 채 방청석을 곁눈질로 흘겨보곤 했다. 입을 다문 채 부릅뜬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인적사항을 확인하자 최씨는 작은 목소리로 "임대업"이라고 짧게 답했다.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은 각각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입니다",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입니다"라고 말했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최씨 측의 변론이 끝나자 재판부는 최씨에게 "진술할 부분이 있느냐"라고 물었다.
"억울한 부분이 많습니다"
최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탄식과 함께 방청석이 술렁였다. 독일에서 변호인을 통해 "잘못이 있으면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밝힌 모습과는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최씨는 방청석의 술렁임을 느꼈는지 피고인석에 앉은 뒤 방청석 쪽으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로지 변호인이 든 자료만을 응시할 뿐이었다.
이날 재판은 추첨을 통해 당첨된 일반 방청객 80명과 취재진, 검찰 관계자 등이 방청했다. 일반 방청객들은 10대 학생서부터 50~6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약 2시간 가량 재판이 진행된 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위해 약 15분 가량 휴정하기로 결정했다. 재판을 보기 위해 온 안모(28)씨는 "최씨의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 왔는데 '억울한 부분이 많다'는 말을 직접 듣고 기가 찼다"며 "어떻게 그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