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대통령은 자신의 철학과 소신에 따라 국정을 운영했다고 했지만 이와 반대되는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 파일에서 드러난 정황들, 저희가 계속해서 또 보도해드리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전해드릴 내용은 수석비서관회의 내용을 사실상 최순실씨가 결정해왔다는 건데요. 박근혜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나 국무회의보다 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자신의 입장을 대부분 밝혀왔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 만합니다.
최순실씨가 정 전 비서관에 전화를 해서 지시한 부분들이 실제 회의의 대통령 발언에 반영이 된 정황들, 먼저 임지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최순실 : 그 관련 그거 안 된 거, 그거 몇 가지만 고쳐 써요.]
[정호성 : 정홍원 총리 때 다 얘기를 해서 똑같습니다.]
2013년 10월 28일 오후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비서관이 나눈 통화 내용입니다.
이 날 정홍원 총리가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발표한 대국민 담화가 사흘 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말할 내용과 겹친다고 정 비서관이 말한 겁니다.
하지만 최씨가 "그래도 그거는 꼭 해줘야 된다. 중요한 거라서 (박 대통령에게) 또 얘기 드린다고 하라"고 다시 지시를 내렸고, 정 전 비서관은 순순히 "겹치는 부분은 정리해서 다시 올리겠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최씨는 "여태까지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과거 시절이나 그런 거에 대해서, 그런 거를 했다는 얘기를 안 해도 되냐"며 구체적인 내용까지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박 대통령은 한 달 만에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씨의 지시가 반영된 입장을 말했습니다.
[21차 수석비서관 회의/2013년 10월 31일 : 요즘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저는 정치를 시작한 이후,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정당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최측근 참모진에게 자신의 국정 운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최순실씨의 구체적 지시를 담아낸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