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로 유명한 이화여대 류철균 교수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취득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혐의로 특검에 긴급 체포됐죠. 조금 전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았습니다. 오늘 밤 늦게나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특검이 밝힌 혐의 내용을 보면, '학자적 양심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오늘 국회 발제는 이 문제를 놓고 자세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류철균 교수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건, 과거부터 이래저래 논쟁의 복판에 섰던 소설가였기 때문입니다. 야사로만 전해져오던 '정조임금 독살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던, 소설 '영원한 제국' 저자였고, 이후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했다는 논란을 낳았던 소설 '인간의 길'을 쓰기도 했죠.
류 교수는 1992년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소설부터, 필명 '이인화'를 쓰기 시작했는데요. 재밌는 건, 이 소설에 대한 비평을 자기 본명인 류철균으로 썼다는 겁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제가 인터넷 기사로 "'이상복 중국무술' 실검 장악, 왜?"라는 걸 썼단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상복'이란 아이디로 로그인해서, "얘 누군지 몰라도 기사 진짜 잘 쓰네"하고 댓글을 단 겁니다. 아무튼 작가로서 논란을 낳았던 사실, 구태여 더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이화여대 교수 '류철균'으로서 했던 일에만 집중해보죠.
먼저 류 교수는 2016년 1학기 말 '영화스토리텔링의 이해'라는 수업을 맡고 있었습니다. 여기 정유라가 수강신청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정유라, 독일에 있었습니다.
'학점은 줘야겠는데, 학생은 학업에 뜻이 없고, 한국에도 없네?' 류 교수,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에이, 어차피 교수 맘인데 누가 뭐랄거야'하면서, 학점 줍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24일, JTBC '태블릿PC' 보도 이후 세상이 바뀌죠. 마침 언론에서 독일에 있던 정유라가 어떻게 시험을 보고, 어떻게 학점을 받았을까? 의혹을 쏟아냅니다. 류 교수, 식은땀 줄줄 흘렸겠죠.
'이걸 어쩌나 이걸 어쩌나, 교육부가 감사 나오기 전에 뭔가 손을 써야할 텐데…' 그때 류 교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 '아하, 조교가 있었지!'
류 교수가 조교 부릅니다. "야, 정유라 이름으로 된 시험 답안지 하나 만들어서 끼워넣어라!" 아무리 제일 만만한 게 조교라지만, 천부당 만부당한 일이었습니다. "교수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류 교수, 분위기 파악 못하는 조교에게, 시쳇말로 뚜껑이 확 열립니다. "너 학위 따기 싫으냐?"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냄새를 맡은 특검이 조교를 참고인으로 부르죠. 그러자 소환 직전에 조교를 다시 불러 또 경고합니다. "특검에 가서 허튼소리하면 알아서 해. 다시는 학계에 발 못 붙이게 할 테니까!"
자, 어떠십니까. 이런 교수들 보면, 평소에 학생들한테도 인심을 얻지 못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이대생들 전용 인터넷 게시판 보면, 별별 얘기가 다있더군요. 특히 이 얘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화여대 익명게시판(음성대역) : '세상은 돈과 권력과 섹스로 돌아가는 겁니다. 설마 아가페적인 사랑을 믿는 건 아니죠? 사랑, 믿음 같은 건 아무 힘이 없어요. 세상 돌아가는걸 보라고요' 이거 그 사람이 수업시간에 한 소리야. 칫, 내 그리 될 줄 알았다]
자, 그리고 제일 황당한 거! 류철균 교수의 수업은 학생들 사이에서 '출석 체크'가 중요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수업이다고 합니다. 그렇게 출석 중시하던 사람이, 독일에 사느라 한번도 수업에 오지 않은 정유라에게 학점을 줬다니,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오늘 국회 기사 제목 < '영원한 제국' 이인화의 몰락 > 이렇게 정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