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 비리와 관련해 횡령 및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61) 회장 등 총수 일가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유남근) 심리로 22일 열린 총수 일가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신 회장 측은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 회장과 신격호(94) 총괄회장,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할 의무는 없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롯데그룹 및 가족과 관련된 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데 안타깝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상세한 의견은 추후 밝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 변호인도 "보수를 받은 바 없고 결정 과정에 참여한 적 없다"며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신격호 총괄회장 측은 건강 상태를 고려해 공판절차를 정지하거나 특별대리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형사소송법 306조에는 '피고인이 사물의 변별 또는 의사결정을 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 있을 경우 또는 질병으로 인해 출정할 수 없는 때에 검사와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법원은 공판절차를 정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은 현재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며 한정후견 결정에 대해서도 본인이 인정할 수 없다고 다투고 있다"며 "질병으로 출정이 불가능한 경우로도 볼 수 없고 해당 조항은 구속기간이 정해져 있는 구속사건에 적용되는게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신 총괄회장 측 변호인은 "해당 조항에는 심신상실만이 아닌 질병도 포함돼 있다"며 "증거조사 기일 등 불출석을 허용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사실이 4개 정도 되는데 신 총괄회장과 관계없는 부분부터 먼저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양측의 의견을 검토해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필요한 공판에는 출석하되 시간이 많이 걸리는 증거조사의 경우 출석하지 않더라도 변호인 측이 반대신문을 할 수 있다"며 "이같은 방식이 어떨지 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57)씨 측 변호인도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범행에 공모, 가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서씨의 공판기일 출석 여부를 묻는 재판부에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또 신영자 이사장 측 변호인도 "신동빈 회장과 같은 입장"이라며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10월 신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일가 5명을 비롯해 임원 총 24명을 무더기 기소했다.
검찰은 1753억원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신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과 서미경씨, 그의 딸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과 함께 모두 508억원의 급여를 부당 수령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서씨 일가 등에게 몰아주는 등 총 774억원의 손해를 회사에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신 총괄회장은 858억원의 탈세, 508억원 횡령, 872억원 배임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차명으로 소유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3%를 신영자 이사장에게 증여하고, 1.6%를 서미경씨에게 증여하면서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매매로 가장하는 수법으로 탈세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신 전 부회장은 10년간 한국 롯데 계열사 여러 곳에 등기임원으로 이름만 올리고 391억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내년 1월2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