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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울 때 딸 걸"…'불면허' 운전시험에 응시생들 '멘붕'

입력 2016-12-22 16:04

평가항목 바뀐 첫날 강남면허시험장 기능시험 합격률 30%
방문 접수율 평소 20% '한산'…어려워진 시험에 머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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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항목 바뀐 첫날 강남면허시험장 기능시험 합격률 30%
방문 접수율 평소 20% '한산'…어려워진 시험에 머뭇

"쉬울 때 딸 걸"…'불면허' 운전시험에 응시생들 '멘붕'


"쉬울 때 딸 걸"…'불면허' 운전시험에 응시생들 '멘붕'


"쉬울 때 딸 걸"…'불면허' 운전시험에 응시생들 '멘붕'


"미리 따둘 걸. 너무 후회되네요."

22일 오전 서울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내 기능시험 교양장. 탈락을 맛본 응시생들의 긴 한숨과 탄식이 이어졌다. 시험장을 바로 떠나지 않고 다른 응시생들의 운전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2종 보통 면허에 응시한 대학생 최현태(24)씨는 작년 1종 보통 면허를 따려고 장내 기능시험을 봐 합격했던 터라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물시험'이라 불렸던 이전 기능시험에 없었던 '직각주차(T자 코스)' 구간을 넘기지 못했다. 2분 안에 차량 뒷바퀴를 노란색 주차선과 흰색 선 사이에 정확히 넣는 것이 포인트다. 최씨는 수십 번 핸들 조작을 해가며 주차하려 애썼지만 3차례 탈선하고 말았다. 결국 합격 점수(80점)에 못 미치는 75점을 받았다.

T자 코스는 주차 능력을 검증하는 것으로, 경사로와 함께 이전 기능시험에서 대표적 난코스로 꼽혀 2011년 폐지됐다가 다시 부활한 평가 항목이다. 주차공간 폭도 3m로 이전(3.5m)보다 더 좁아졌다.

최씨는 "도로주행에서 겁을 먹어 2종으로 바꿔 시험 봤는데 작년 1종 보통 기능시험때보다도 훨씬 어려워진 듯하다"면서 "비용이 걱정되지만 학원에 등록해 운전 연습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1년 전 면허가 취소된 전광일(70)씨도 최씨와 같은 2종 보통 면허에 응시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전씨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출발했다가 5점이 감점됐다. 신호교차로 구간에서는 앞 범퍼가 정지선을 넘길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T자 코스'에서 주차 후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데다 차선을 밟지 않으려고 조작을 반복하다가 지정 시간을 넘겨 20점이 또 깎였다.

이번에 수능을 치른 건대부고 3학년 배성준(19)군은 1종 10호 차량에 오른 지 얼마 안돼 바로 하차했다. 악셀 페달을 밟고 출발하려는데 시동이 계속 꺼진 탓이다.

배군은 "시동을 건 뒤 악셀 페달을 밟았지만 차량이 나가질 않더라.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운전 능력을 좀 더 숙달해 다시 시험 치를 예정"이라면서 "사실 쉬울 때 면허를 따려고 12일 전 접수했는데 응시자가 많이 밀려 오늘 날짜 밖에 없더라. 좀더 쉬울 때 땄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아쉬워했다.

운전 경력만 20년이 넘은 자영업자 강현식(49)씨는 적성검사통지를 받고서도 적성검사를 받지 않아서 2주 전 면허가 취소된 케이스다. 이날 1종 면허에 다시 도전한 강씨는 85점으로 합격점을 겨우 넘겼다.

강씨는 곳곳에 감점 요소가 많아 "어렵다"고 느껴졌다고 한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가속했다가 다시 속력을 줄이는 '가속 코스(전진)'를 난코스로 꼽았다. 연습이 부족해 운전 능력이 미숙한 경우 시간이 촉박하다고 여겨질 거라고도 했다.

이날 2교시(오전 10시)까지 장내 기능시험을 치른 응시자 23명(1종 보통 9명·2종 보통 14명) 중 합격자는 단 7명 뿐이다. 합격률은 고작 30.4%.

경찰은 어려워진 장내 기능시험 합격률이 80%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종전의 합격률은 92.8%에 달했다.

1종 면허에서 탈락한 50대 김모씨는 "시험을 어렵게 해놨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은 조작법이 까다로워 죄다 떨어지겠어"라고 허탈해했다.

이날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을 찾은 응시생은 많지 않았다. 난이도가 높아지기 전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응시생들로 전날(21일)까지 크게 붐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원부 천경자 차장대우는 "전날까지 평소보다 70% 많이 몰리더니 오늘 응시 접수 인원은 평소의 20% 수준"이라면서 "오늘 접수하더라도 이미 예약한 응시생이 많아 응시일은 밀리게 된다. 1종은 빨라도 오는 26일, 2종은 28일에서야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측은 장내 기능시험 평가항목이 종전 2개(운전장치 조작, 차로준수·급정지)에서 5개(경사로, 좌·우회전, 신호교차로, T자코스, 가속코스)를 더해 7개로 늘고 전체 주행 거리도 50m에서 300m로 길어진 점을 감안해 하루 응시 인원을 140명까지로 제한했다. 종전까지는 많게는 250명까지 수용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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