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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풍경까지 바꾼 '촛불'…김영란법도 한몫

입력 2016-12-18 17:54

'부어라 마셔라' 흥청망청 세태 줄어
광화문 집회 함께 한 뒤 송년회 인기
'간단한 식사', '점심 송년회' 등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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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라 마셔라' 흥청망청 세태 줄어
광화문 집회 함께 한 뒤 송년회 인기
'간단한 식사', '점심 송년회' 등 절제

송년회 풍경까지 바꾼 '촛불'…김영란법도 한몫


송년회 풍경까지 바꾼 '촛불'…김영란법도 한몫


예년과는 사뭇 다른 연말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각종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흥청망청 즐기던 망년회 또는 송년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차분해지는 모습이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정국이 긴박하게 이어지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까지 시행되고 있어 송년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말이면 열리던 대형 호텔과 고급 식당 모임 대신 가족이나 친구들 간의 단출한 식사 모임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20세 이상 성인남녀 3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올해 송년회를 계획 중이라는 답변은 전체의 53.6% 수준에 불과했다. 송년회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은 20.8%, 아직 계획을 잡지 못했다는 응답은 25.6%였다.

어떤 송년회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간단한 식사를 하겠다'는 응답이 75.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술자리를 갖겠다는 응답은 47.6%에 그쳤다. 이외 ▲호텔·펜션 등에서 모임(19.3%) ▲국내여행(11.8%) 등이 뒤따랐다.

특히 주말마다 이어지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새로운 송년회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집회가 갖가지 모임의 매개 역할을 하며 광화문 광장이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는 양상이다.

요즘 SNS에서는 "광화문 광장에서 송년회를 열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뒤 연말 회식도 함께 치르자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연락만 하고 지냈던 동창생 등 지인들이 촛불집회를 계기로 그간 미뤘던 만남을 성사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100만 시민이 모인 지난달 12일 집회에 참가한 이남희(67)씨. 이씨는 고등학교 동창 산악회 행사에 참가하고자 경기 안성에서 올라왔다가 친구들과 함께 광장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달 10일 집회에서 만난 김모(57)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김씨는 "예년보다 많은 친구들이 참가한 것 같다"며 "각자 사는 게 바빠 참석 못했었는데 올해는 촛불집회 때문에라도 많이들 와준 것 같다"고 웃었다.

제약업계에서 일하는 김모(31·여)씨는 여덟 차례에 걸친 촛불집회에 빠짐없이 참여했다. 김씨는 촛불집회의 덕을 본 케이스 중 하나다. 대학 선후배, 동기들과의 교류가 꾸준히 이어져왔지만 각자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자리를 갖긴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매주 토요일 촛불집회에서 이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김씨는 "집회 참가 후에는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모이거나 장소를 이동해 송년회 등의 자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연시마다 '특수'라 칭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던 호텔이나 식당가에선 이를 포기했다는 이야기가 진작부터 나왔다. 지난 9월28일부터 시행된 일명 김영란법의 영향 탓이다.

김모(47)씨는 "예년 이맘때쯤이면 달력에 각종 스케줄이 가득했는데 올해는 절반으로 준 것 같다"며 "요즘은 저렴한 런치타임 메뉴를 이용한다. 저녁보다 점심 약속이 훨씬 많아졌고 식사 접대 횟수나 비용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대기업에서 일하는 박모(33)씨도 "보통 송년회가 한해 고생했다는 의미로 '부어라 마셔라'였다면 올해는 뭔가 절제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나 공기업 등 공공기관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공기업 노조 간부는 "송년회 자체를 조촐하게 하자는 인식이 대부분"이라며 "직무 관련 업체에서 식사하자고 해도 우선 거절한다. 불가피한 자리가 생기면 '더치페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식당 업주들은 상당수가 울상이다. 통상 송년회 일정이 몰리는 연말이면 몇 주 전부터 예약이 줄을 이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32)씨는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손님들 소비패턴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 전골을 먹었다면 요즘은 단가 낮은 탕 종류로 바뀌었다"며 "평일 점심에 자주 오는 관공서 사람들도 최근에는 누구와 '같이'가 아니라 혼자 와서 먹고 가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식자재 거래처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장사 잘 된다던 식당도 최근에는 매입하는 식자재량부터 줄었다고 한다"며 "매출을 올리는 메뉴도 1만원 이하 식사류에 해당한다"고 토로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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