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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터넷 시대?…긴급상황서도 '발로 뛴' 청와대

입력 2016-12-15 18:53 수정 2016-12-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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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4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3차 청문회도 밤 11시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정치부회의가 끝난 이후에도 정말 충격적이고 황당한 내용들이 계속해서 이어졌죠. 특히 밤 시간엔 증인들의 집중력이 저하되는 탓이었는지 위증으로 의심되는 발언들도 속속 드러났습니다.

오늘 국회 발제에서는 어제 미처 소개해드리지 못한 내용들을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어제 청문회에서 나왔던 증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던 말, 긴급상황·비상사태 발생 시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급보'를 알리는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이죠.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어제) :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고, 그냥 뛰어가는 경우도 있고 그렇습니다.]

들으셨습니까? 벌써부터 좀 어안이 벙벙해지지 않으시나요? 다시 한번 들어보시죠.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어제) : 자전거를 타고 가는 경우도 있고, 그냥 뛰어가는 경우도 있고…]

자전거, 그냥 뛰어가는 경우…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급히 서면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보좌관에게 "대통령께 빨리 갖다 드리라"하자 보좌관이 그걸 품에 안고 자전거로, 뜀박질로 대통령 있는 곳에 달려갔다는 겁니다.

더 황당한 얘기는 지금부터입니다. 대한민국 거의 모든 직장인이 출근을 마쳤을 시간인 오전 10시! 이 보좌관은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본관으로 내달렸습니다. 보고서를 전달하고 와선 김 실장에게 이렇게 말했답니다.

[보좌관 (음성대역) : 실장님… 대통령께서 집무실에 안 계십니다. 그래서 일단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에게 전달하고 왔습니다만…]

아뿔싸! 대통령이 그때까지 출근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김장수 실장은 직감적으로 '아, 대통령이 아직 집에 있구나' 판단하고 그 보좌관에게 "다시 관저로 가!"하고 지시했죠. 그 보좌관! 세월호 침몰 보고서를 들고, 또 다시 관저를 향해 내달렸던 겁니다. 이번엔 제대로 전달됐을까요?

[보좌관 (음성대역) : 대통령이 관저에 계신지는 잘 모르겠는데… 일단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에게 넘기고 왔습니다.]

1분 1초가 골든타임이었던 바로 그때, 시간은 그렇게 흘러흘러 가고 있었던 겁니다.

영화 한편 다운받는 데 몇십 초면 되는 '광기가' 인터넷 모바일 시대입니다. 핸드폰, SNS, 이메일은 뒀다 뭐합니까. 1분 1초가 골든타임이었던 세월호 침몰 순간, 대한민국 청와대는 이 모든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고 인간의 다리와 1839년 스코틀랜드에서 최초로 발명된 자전거에 의지했습니다.

뜀박질을 하든, 자전거를 타든,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역시 대통령의 처신입니다. 오전 10시에도 출근을 하지 않아 국가안보실 보좌관을 헛걸음하게 만들었던 대통령!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하여금, 고작 배 하나 침몰한 것 같고는 아침 댓바람부터 감히 전화 한 통 넣을 수 없게, 높디높은 벽을 치고 살았던 대통령!

도대체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출근은 했는지, 청와대 사람들조차 알지 못할 만큼 혼자 은둔의 생활을 지냈던 대통령!

"대통령이 몇 분 더 일찍 알았다고, 몇 명이나 더 살릴 수 있었겠느냐"면서 "대통령 그만 좀 괴롭히라"고 하시는 분들, 이런 얘기 듣고도 그런 생각이 드시나요? 어떤 느낌이십니까?

자, 오늘 국회 기사 제목은 < 광기가 인터넷 시대, 청와대는 발로 뛰었다! > 이렇게 정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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