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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탄핵 대통령' 피하고 '개헌 대통령' 노렸나?

입력 2016-11-30 19:02 수정 2016-11-3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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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 대통령의 어제(29일) 3차 대국민 담화를 놓고 정치권과 여론이 한마디로 요동쳤습니다. 박 대통령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긴 했지만, 퇴진 시기나 방법을 구체화하지 않아서 혼란만 가중시켰단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내용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뜯어보겠습니다.


[기자]

최근 미국의 한 정치학자는 최순실 게이트를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보다 더 심각한 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1972년 닉슨 전 대통령 주변의 공화당 인사들이 민주당 선거운동 지휘본부가 있던 워터게이트 호텔 도청 사건에 개입했는데, 닉슨 당시 미 대통령은 2년가까이 모르쇠·거짓 해명으로 일관을 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게됩니다. 결국 하원 법사위가 탄핵안을 본회의에 넘기자 사의를 표명합니다.

박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워낙 닉슨 전 대통령의 사임 연설이 회자가 되고 있어서, 잠깐 들어보고 가겠습니다.

[리차드 닉슨/미국 37대 대통령 :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중도 포기를 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저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어야 합니다. 미국은 온 시간을 직무에 쏟을 수 있는 대통령과 의회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내일 정오부로 대통령직을 사임하려고 합니다. 포드 부통령이 이 자리에서 저를 대신하여 대통령직을 수행할 것입니다.]

박 대통령 역시 탄핵안 표결 추진을 코앞에 두고 어제 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임기 중 사퇴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3차 대국민담화/어제 : 이제 저는 이 자리에서 저의 결심을 밝히고자 합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박 대통령은 닉슨 전 대통령처럼 퇴진 시기와 방법을 구체화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제 담화 발표를 두고 청와대나 정치권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이 분분한데요.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무엇을 염두에 두고 있는지는 비교적 선명한것 같습니다. '개헌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방안을 만들어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는데요.

사실 우리 헌법에는 지금 당장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해도 60일 안에 대선을 실시해서 정권을 이양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습니다. 국회에 결정을 맡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법 절차'를 거론한겁니다.

개헌으로 새 공화국이 출범하면 현재 대통령 임기는 새정부 출범에 맞춰 단축하는 내용을 개헌안 부칙에 집어넣는 방식이 질서있는 퇴진, 명예로운 퇴진으로 거론돼 왔는데요. 이런 로드맵을 박 대통령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는 피하고, '개헌을 이끈 대통령'이라는 일종의 역사적 업적을 남길 수도 있는겁니다. 이런 방식의 퇴진은 '명예퇴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탄핵은 사실상 '파면'과 같은 의미입니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모든 예우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월 1200만원 꼴의 연금도 사라지고, 기념사업비도 지원받지 못합니다.

박 대통령이 중도 사퇴 가능성을 처음 내비쳤지만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촛불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됩니다.

6차 촛불집회는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고 하는데요. 청와대 턱밑이라고 할 수 있는 청운동 주민센터(200m)에서 일몰 이후까지 진행됩니다. 당초 시위대는 청와대 바로 앞 분수대(100m)까지 행진예정이었는데, 법원에서 받아들이지는 않았습니다.

90초 담화, 9분여 담화, 그리고 어제 4분여간의 담화. 박 대통령은 세차례나 카메라 앞에 섰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말이 이렇게 설득력을 잃게 된건 박 지난 두 차례 담화에서 약속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말'이 되어갔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했지만 곧이어 변호인을 통해서는 대면조사에 응할 수 없다며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국회가 그 어떤 결정을 해도 따르겠다는 3차 담화 역시 믿을 수 있겠냐는 이런 냉소적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청와대 기사 제목은 < '탄핵 대통령' 피하고 '개헌 대통령' 노렸나? >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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