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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처럼 키웠는데" 3년만에 찾아온 AI악몽

입력 2016-11-29 17:37

주변 농가도 AI 확산에 불안·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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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농가도 AI 확산에 불안·긴장 고조

"자식처럼 키웠는데" 3년만에 찾아온 AI악몽


"자식처럼 키웠는데" 3년만에 찾아온 AI악몽


"자식처럼 키웠는데 3년만에 또 뚫리다니."

29일 오전 전남 나주시 공산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오리 농가 주변은 긴장감이 흘렀다.

농가 입구에는 '출입금지' 푯말 3개가 놓여져 있었고, 주변은 출입 제한선으로 통제됐다.

AI 차단을 위해 예방적 살처분 중인 중장비와 차량의 방역 작업도 빈틈 없이 이뤄졌다. 이내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농가 앞 도로와 금곡리 복사초리 삼거리에는 거점 방역 초소가 설치됐고, 나주시와 방역당국 공무원들이 오가는 차량을 살피는 데 신경을 곤두세웠다.

살처분 현장에서는 방역복을 입은 40여명의 민간업체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고, 매몰용 땅을 파는 굴삭기의 소리와 소독약을 뿌리는 차량의 엔진 소리가 가득찼다.

바로 옆 농가까지 이따금 들려오는 오리 비명 소리도 긴장감을 더했다.

트럭에 담겨 나온 오리들은 산비탈에 조성된 매몰지로 옮겨졌다. 매몰은 구덩이 안에 마련해둔 온도 조절·공기 공급장치로 죽은 오리를 분해하는 방식(호열호기성 미생물 처리)으로 이뤄졌다.

농장 주인 김모씨는 살처분되는 오리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평소 소독약을 뿌리고, 철새를 쫓는 일에 힘써왔지만 이번 AI 감염으로 재산을 잃을 처지에 놓였다.

그는 지난 26일 "사육 중인 종오리 2만5000마리가 일평균 9200~9300개의 알을 낳다가 7900개의 알을 낳는다"며 나주시에 AI 의심 신고를 했다.

이틀 뒤 전남가축위생사업소는 병성 감정을 의뢰한 결과 'H5형 AI감염' 양성 판정을 내렸다.

앞선 2013년 3월에도 김씨의 농장은 AI 때문에 오리 2만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당시 5개월 가량 이동 제한 조치가 내려져 출하 지연과 입식 제한 등의 피해를 입었는데, 3년 만에 또 다시 AI 악몽이 닥쳤다.

김씨는 "농장이 철새 이동 경로에 위치해 있어 매일 아침·저녁으로 2시간씩 철새 도래지에 찾아가 폭죽을 쐈다"며 "방역 작업도 병행하며 대비를 철저히 했는데도 AI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AI 발생으로 키우던 가금류를 살처분할 경우 정부 보상비는 8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4~6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입식 실험을 통과해야 오리를 키울 수 있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허탈해 했다.

공산면 인근 오리·닭 사육 농가도 AI 공포에 떨고 있다. AI가 해남·무안에 이어 나주까지 이어진데다, 폐사율이 높기 때문이다.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발생 농장 반경 3㎞ 안 농가 7곳은 닭 77만7700마리와 오리 1만23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H5N6형 AI는 철새도래지가 많은 곳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공산면 일대에는 우습제 등 도래지 2곳이 있다.

주변 농가는 이날 오전에도 방역 초소를 찾아와 '확진 판정이 났느냐'고 문의하는 등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전영옥 전국오리협회 나주시지부장은 "주변 농가들은 AI가 확산될까 불안에 떨고 있다"며 "고병원성으로 판명나면, 생계에 큰 지장을 받는다. 농장주들이 스스로 방역에 힘쓰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피해를 감안해 실질적인 보상·예방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농림축산검역본부는 해당 농가 오리의 '고병원성 AI(H5N6)' 감염 여부를 밝히기 위해 정밀검사를 진행 중이다. 결과는 빠르면 이날 오후 늦게 내지는 30일 오전께 나올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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