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봤던 사람들의 증언이 계속 쏟아지고 있습니다. 저희 정치부회의에도 제보가 참 많은데요. 내용을 들어보면 우려했던 바를 조금도 빗겨나가지 않습니다. 바로 최순실씨 일가가 박근혜 대통령을 완벽히 에워싸, 인의 장막을 쳤다는 겁니다. 심지어 뒤에선 박 대통령을 대놓고 험담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는데요. 오늘(23일) 국회 발제는 이 내용을 중심으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순실씨 일가의 17년 운전기사 김모씨 증언, 세계일보가 이틀째 보도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젠 내성이 생겨서 어지간해선 놀라지 않는데, 오늘 인터뷰는 좀 느낌이 달랐습니다. 지어내서는 표현하기 힘든 디테일이, 인터뷰 곳곳에 녹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씨 증언을 요약하면 이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힘으론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철부지 공주'였다. 그래서 최씨 일가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이죠.
예를 들면 박 대통령 삼성동 사저에 운전사, 경비원, 가정부, 은행 업무 봐주기, 장 봐주기, 화장품 사다주기, 속옷 골라주기 등등 숨쉬는 것과 먹고, 자는 것 정도만 빼면, 최씨 일가가, 특히 최순실씨가 거의 모든 일을 대신해줬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상황이 지극히 자연스러웠을 겁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청와대에서 18년을 살았는데, 일반 소시민들처럼 생활인으로서 사회화 과정을 거칠 새가 있었겠느냐는 겁니다. 결국 그 빈자리를 최씨 일가가 파고 들면서, 박 대통령을 완벽히 장악할 수 있었다는 거죠.
최순실은 이렇게 박 대통령을 공주 모시듯 살면서도, 때로는 박 대통령 행태에 기가 찼던 적이 여러차례 있었나 봅니다. 어느날 운전기사 김씨가 최씨와 모친 임선이씨를 뒤에 태우고 가던 중, 이런 대화를 엿들었다는 겁니다.
[음성대역 : 순실이가 대통령과 전화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하고 전화를 끊더니, 자기 엄마한테 그러는 겁니다. '얘는 지가 아직도 공주인 줄 아나봐'라고 말이죠.]
아마도 박 대통령이 황당한 요구를 했고, 최순실 씨는 알겠다고 하면서도 속으론 자존심이 상해서 '아직도 지가 공주인 줄 아나?'하고, 불쾌해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씨가 묵묵히 집사 노릇을 할 수 있었던 건,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부의 원천이 박 대통령이고, 앞으로 더 크게 누릴 기회를 제공해줄 밑천도 박 대통령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최순실씨 일가를, 박 대통령에서 떼어놓기 위한 주변의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친박 원로모임인 '7인회' 좌장인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2012년 박 대통령 당선 직후, 강남 오크우드호텔에서 박 당선인을 만납니다. 김 고문의 손엔 2장짜리 보고서를 넣은 종이봉투가 들려있었습니다. 김 고문 측근은 이렇게 증언했습니다.
[음성대역/2012년 박 대통령 당선 직후 (자료: 월간조선) : 김용환 고문이 '이제 최태민의 그림자를 지우시고'라는 말을 꺼냈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 당선인 표정이 싸늘하게 식더랍니다. '그런 말씀 하시려고 지지하셨던 거냐'고 되묻더라는 거죠.]
안타깝게도 김 고문은 그날 이후로, 박 대통령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에게, 최씨 일가와 연을 끊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을 이용했던 최씨 일가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런 그들과 절연하지 못했던 박 대통령은, 더 큰 비난을 피할 수 없습니다.
오늘 국회 기사 제목은요, < 최순실, 박 대통령에 "아직도 공주인 줄 알아" 험담 > 이렇게 정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