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일 구속기소한 최순실·안종범·정호성 공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적시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설립을 계획하고 대거업에 자금 출연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 등이 공소장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당초 알려진 것처럼 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다.
20일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10대 그룹 중심으로 대기업 회장들과 단독 면담을 할 예정이니, 그룹 회장들에게 연락해 일정을 잡으라"고 지시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10개 그룹 중심으로 대상 기업을 선정한 다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삼성 등 7개 그룹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각 그룹 회장들에게 지난해 7월24일 예정인 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기업 회장단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 단독 면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에는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 CJ그룹 손경식 회장, SK이노베이션 김모 회장 등을, 7월25일에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등 대기업 회장들과 순차적으로 단독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대기업 회장들에게 문화, 체육관련 재단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적극 지원을 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대통령은 단독 면담을 마친 뒤 안 전 수석에게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각출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와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는 지시를 했으며, 안 전 수석은 이를 같은 해 7월부터 8월 사이에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문화재단을 만들려고 하는데 재단의 운영을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받고, 재단의 이사장 등 임원진을 자신이 지정하는 사람들로 구성했다. 아울러 재단 업무 관련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는 등 재단의 인사 및 운영을 장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 안종범에게 미르재단 명칭과 임원진 명단 등 지시
최씨는 지난해 10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리커창 중국 총리가 곧 방한 예정이다. 대통령이 지난 중국 방문 당시 문화교류를 활발히 하자고 하셨는데 구체적 방안으로 양국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전 비서관은 최씨로부터 들은 내용을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안 전 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최씨는 지난해 9월말부터 10월까지 문화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직접 면접을 본 후 선정했고, 문화재단 명칭을 '미르'라고 정했다. 재단 이사장과 사무총장, 이사 등 임원진 명단과 조직표 등을 마련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후 지난해 10월 안 전 수석에게 "재단 명칭은 용의 순수어로 신비롭고 영향력이 있다는 뜻을 가진 미르라고 하라"며 재단 명칭과 임원진 명단, 사무실 주소 등을 지시했다. 안 전 수석은 이를 경제수석비서관실 소속 최모 경제금융비서관에게 전달했다.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은 최 비서관은 청와대 회의를 주재하면서 전경련이 준비해온 문건 등을 보고받고 재단 설립 등을 지시하면서 전경련이 보고한 9개 그룹의 분배 금액을 조정, 확정했다.
회의 결과에 따라 전경련은 지난해 10월 삼성 등 그룹 임원들과 회의를 가지면서 그룹별 출연금 할당액을 전달했다. 이후 롯데도 출연 기업에 포함시키라는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미르재단의 출연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하고, 추가할 만한 그룹이 있는지 등을 다시 지시했다.
이에 따라 요청을 받은 18개 그룹 중 2개 그룹을 제외한 16개 그룹 대표 및 담당 임원들은 출연금 요구에 불응할 경우 세무조사를 당하거나 인허가의 어려움 등 기업 활동 전반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미르재단에 486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이후 최씨는 지난해 12월 스포츠재단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케이스포츠재단에서 일할 임직원을 면접을 거쳐 선정한 다음 임원진 명단을 정 전 비서관에게 보냈다.
한편 박 대통령은 같은 달 안 전 수석에게 "정모 이사장, 김모 사무총장 등을 임원진으로 하고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안 전 수석은 이후 전경련 이 부회장에게 "예전에 말한대로 300억원 규모의 체육재단도 설립해야 하니 미르 때처럼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이 부회장은 전경련 직원들을 통해 미르재단 설립 과정에서 연락했던 그룹을 기초로 출연금액을 할당했다.
결국 현대차 등 케이스포츠재단에 출연하기로 한 16개 그룹은 미르재단과 같이 케이스포츠재단에도 총 288억원의 출연금을 납부했다.
◇박 대통령, 최순실 지인 회사에 '훌륭한 회사' 소개
최씨는 자신의 지인으로부터 KD코퍼레이션이 해외 기업 및 대기업에 납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대통령에게 관련 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안 전 수석에게 "KD코퍼레이션은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훌륭한 회사인데, 외국 기업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그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함께 있는 가운데 현대차 정 회장 등에게 KD코퍼레이션을 소개했고, 납품 계약을 추진토록 했다.
안 전 수석은 이후 KD코퍼레이션과 현대차와의 납품계약 진행상황을 계속 점검하면서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결국 현대차 등은 지난해 2월 KD코퍼레이션과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10억원 상당의 제품을 납품받았다.
이로 인해 최씨는 대가 명목으로 KD코퍼레이션 대표로부터 시가 1100만원 상당의 명품백과 현금 5100만원 상당을 받기도 했다. 최씨는 또 KD코퍼레이션 대표가 박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한편 최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사실상 운영하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안 전 수석에게 플레이그라운드 회사소개 자료를 건네줬고, 안 전 수석은 현대차 정 회장에게 "이 회사가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이로 인해 현대차그룹은 플레이그라운드와 70억6000만원 상당의 광고 5건을 수주받게 해 9억18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리도록 했다.
◇박 대통령 "롯데그룹이 75억원 부담토록 했다" 지시
최씨는 지난 1월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실 인근에 스포cm 매니지먼트 등을 목적으로 하는 더블루케이를 설립했다. 이후 지난 2월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이라는 제하로 전국 5대 거점 지역에 체육시설을 건립하고 이권사업은 더블루케이가 담당하는 사업안을 마련한 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이 무렵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과 단독 면담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라는 지시를 해서 지난 3월 이뤄졌다. 신 회장과 면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안 전 수석에게 "롯데그룹이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니 진행 상황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최씨는 이후 더블루케이 관계자들에게 "이미 롯데그룹과 얘기가 다 됐으니 롯데그룹 관계자를 만나 지원 협조를 구하면 돈을 줄 것이다"라고 지시했다. 결국 롯데그룹은 6개 계열사를 동원해 케이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송금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