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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퇴진" 10만 광주의 함성·금남로 덮은 촛불

입력 2016-11-20 16:28

2000년대 들어 집회 참가 최다 인원
학생·농민·종교인·가족단위 시민 운집
'풍자·해학·비판' 축제의 장 된 금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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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집회 참가 최다 인원
학생·농민·종교인·가족단위 시민 운집
'풍자·해학·비판' 축제의 장 된 금남로

"박 대통령 퇴진" 10만 광주의 함성·금남로 덮은 촛불


"박 대통령 퇴진" 10만 광주의 함성·금남로 덮은 촛불


"박 대통령 퇴진" 10만 광주의 함성·금남로 덮은 촛불


광주 시민 10만명(주최 측 추산)이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을 밝혔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광주 지역 집회 참가 최다 인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0만 촛불로 뒤덮인 금남로에서는 갓 걸음마를 뗀 아이부터 팔순이 넘은 할아버지까지 세대와 계층·종교를 넘어선 문화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 10만 촛불 하나된 금남로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 퇴진 광주운동본부(준)'가 19일 주최한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 촛불대회'에는 오락가락하는 비를 뚫고 행사 전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몰렸다.

오후 6시 주최 측 추산 3만명, 경찰 추산 1만명의 시민이 민중의례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촛불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시간이 지날 수록 눈에 띄게 불어난 참가자들은 오후 8시10분께 주최 측이 목표했던 10만명(경찰 추산 1만9000명)을 넘어섰다.

옛 전남도청 앞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1㎞ 가량 떨어진 5·18기록관 앞까지 늘어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주최 측은 당초 2만여명이 모일 것으로 보고 휴대용 돗자리 2만개를 준비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민이 몰리면서 서둘러 관련 물품을 추가 준비하기도 했다.

10만명의 인원은 2000년대 이후 광주에서 개최된 집회 참석 최대 인파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5·18민주광장과 금남로는 매년 5월17일 5·18 전야제가 열리는 장소로, 2000년대 이후 3000명에서 많게는 7000명이 참석한다.

◇ "퇴진하라" 성토의 장

정치인과 농민·종교인·시민사회단체 구성원은 물론 직장인·대학생·수능을 마친 수험생·중고등생·초등학생·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정주부 등 세대와 계층을 넘어 '박근혜 퇴진' '당장 내려와'를 외쳤다.

'이게 나라냐' '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가?' '내가 이러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이 됐나' '국민의 명령이다. 퇴진하라' '방빼' '3.5%의 법칙' 등 손피켓도 눈에 띄었다.

목포대 경영학과 김수민(3학년)씨와 아동학과 이재영(1학년)씨는 "서울에 가지 못한 미안함 때문에 목포에서 광주로 올라왔다"며 "많은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재주는 재주인 것 같다. 우리가 너무 부끄럽다. 더 이상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박 대통령은 당장 퇴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선대 학생 이주식(28)씨는 "대통령이 헌정을 유린하고 불공정한 사회를 조성하고 있는 데 분노해 집회에 참여했다"며 "하야를 하지 않는다면 탄핵이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두발언에서 박 대통령의 성대모사로 시민들의 이목을 끈 주월중 2학년 이석빈(15)군은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번처럼 진정성 없는 사과로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면 국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순실씨 분장을 하고 집회에 참여한 김모(42)씨는 "박 대통령이 지금껏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다"며 "진상을 철저히 밝혀 공정한 사회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5·9살 두 딸, 아내와 함께 나온 40대 가장, 어제 수능을 마치고 "도저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며 교복을 벗고 나온 수험생, 서울에 올라가지 못해 목포에서 왔다는 대학생, 팔순의 아버지와 함께 나온 50대 아들 등 세대를 뛰어넘어 한 목소리를 냈다.

승려와 목사·신부들도 손을 맞잡았으며 윤장현 광주시장·이재명 성남시장·장휘국 광주시교육감 등도 무대에 올라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

◇ '풍자와 해학' 문화축제

촛불을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 5·18민주광장 앞은 풍자와 해학으로도 가득 찼다.

시민들은 현 사태를 풍자하는 각종 패러디로 박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인 최순실씨의 가면을 쓰고 포승줄에 묶인 시민은 '언니, 감옥에 같이 가자'를 외쳤다. 패러디를 준비한 이들은 "지난 주 서울 집회에서는 (최순실 가면을 보고)'악령아 물러가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박라임 퇴진'을 위한 플래카드·배지(badge)·스티커·핫팩도 등장했다.

'박라임'은 박 대통령이 병원에서 쓴 가명, '길라임'(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을 패러디한 것이다.

한 단체는 집회가 열리는 한 편에서 '박라임 퇴진 4종 세트'를 1만원에 판매했다. 1만원을 내면 '박라임퇴진'이 적힌 플래카드·배지·스티커·핫팩을 제공한다. 배지 2개는 1000원에 팔았다.

이들은 "원가로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촛불을 넘어 일상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 고등학생들로 구성된 '18세 선거권 공동행동 네트워크'는 '내가 이러려고 18세 선거권을 못 받았나 자과감 들고 괴로워'라는 손피켓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꼬집으며 청소년 선거권을 넘어 참정권을 요구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하여가' 가사, '너를 볼 때마다 내겐 가슴 떨리는 그 느낌이 있었지, 난 그냥 네게 나를 던진 거야' 등에 맞춰 박근혜와 최순실의 사이를 풍자했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뮤직비디오를, 여주인공 하지원씨의 얼굴에 박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해 시민들에게 선보였다.

한 국가 인구의 3.5%가 집회나 시위를 지속할 경우 그 정권은 유지되기 힘들었다는 '3.5%의 법칙'을 적어 들어 올린 피켓 등도 눈에 띄었다.

◇ 빛나는 시민정신

같은 날 촛불대회는 시작 3시간여 만인 오후 9시10분께 마무리됐다.

참석자들은 손피켓과 휴대용 돗자리를 정해진 장소에 옮겨놓는 것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도 쓰레기를 치우며 민주광장을 원래의 모습대로 되돌려놨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경찰에 접수된 범죄신고 또한 단 한 건도 없었다.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는 "오후에 내린 비로 인해 시민들이 많이 모이지 않을 것 같아 사실은 걱정도 했다"며 "궂은 날씨도 시민들의 마음을 막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전남 지역 곳곳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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