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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촌오거리 살인사건' 16년 만에 재심서 무죄

입력 2016-11-17 13:40

당사자 "살인범 억울한 꼬리표 떼어내"

"배려없는 재판부 성토…진범 수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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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살인범 억울한 꼬리표 떼어내"

"배려없는 재판부 성토…진범 수사 촉구"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16년 만에 재심서 무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16년 만에 재심서 무죄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16년 만에 재심서 무죄


법원이 지난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일어난 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16년 만에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를 선고받은 당사자와 가족은 억울한 꼬리표를 떼어 낸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6년여 동안 이사건의 변호를 준비해 온 변호인은 진정성 있는 배려와 위로의 한 말한마디 없는 상식밖의 재판부라며 법원을 강하게 성토했다.

◇ 16년 만의 무죄 판결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노경필)는 17일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받았던 최모(32)씨의 재심에서 살인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단 최씨의 도로교통법 위반은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씨가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살해 동기와 범행 당시 피해자의 반응, 범행에 사용한 흉기의 출처와 사후 처리 등 내용에 객관적 합리성이 없으며 자백 동기와 경위도 수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검사가 제출한 최씨의 범행 전후 통화내역 등 다른 증거들과 비교해도 쉽게 수긍하기 어렵고, 허위 자백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재심의 판단 대상은 애초 공소사실에 적힌 범행을 최씨가 저질렀는지의 증명 여부이기 때문에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한해 판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사건의 진범이 누구인지는 판단 대상이 아닐뿐더러 엄격한 증명을 거치지 않은 증거를 근거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자백의 신빙성을 의심하고 좀 더 세심한 배려와 충분한 숙고가 필요했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재판 과정에 대한 조심스러운 의견을 밝혔다.

이어 "그 누구에게도 더 이상 이 사건으로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최씨도 지난 날의 아픔을 떨쳐내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약촌오거리 사건은

최씨(당시 15세)는 지난 2000년 8월10일 오전 2시7분께 익산 약촌오거리에서 택시기사 유모(당시 42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최씨는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유씨와 시비가 붙었으며 이 과정에 욕설을 듣자 격분, 오토바이 사물함에 보관중이던 흉기로 유씨를 수 회 찔러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최씨는 항소해 2심에서 5년이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상고를 취하해 10년을 복역한 뒤 지난 2010년 만기출소했다.

하지만 최씨가 확정판결을 받은 이후에도 사건과 관련, 당시 상황과 맞지 않는 새로운 진술이 경찰에 입수되는 등 의혹은 계속됐다.

◇ 재심 결정

최씨는 2013년 재심을 청구했다. 광주고법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검찰이 항고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은 재심 인용결정에 대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중대한 사실오인이 있는 경우 판결을 받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 그 오류를 시정하는 비상구제절차이다. 재심의 대상은 유죄의 확정판결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8월9일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같은 달 시행되면서 진범을 검거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다시 시작된 재판에서 최씨의 변호인은 "당시 경찰이 청소용 밀걸레자루로 폭행하는가 하면 조사를 이유로 수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아 최씨가 범행을 인정했었다"며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을 주장했다.

또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 체포·감금을 당한 사실, 해당 재판 뒤 자신이 진범이라고 밝힌 사람이 등장한 점, 새로운 목격자의 진술,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던 기존 목격자의 추가 진술 등을 설명하며 철저한 심리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 "배려없는 재판부"

16년 만에 무죄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10년 동안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한 이의 고통에 대해 배려의 말 한 마디 없는 재판부"라며 법원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무죄 선고 뒤 법원 앞에서 "비겁하면서도 상식 밖이다"며 재판부를 성토했다.

그는 "무죄를 선고하게 된 구체적 이유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없이 자신들(법원)의 과오에 대해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또 "당사자와 검찰의 핑계만 대면서 무죄를 판결했다. 고마워 해야 할 상황이 아니다. 15살의 소년이 10년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이 점에 대한 재판부의 배려가 우선돼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당시 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최씨에 대한 인간적 배려,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가 우선돼야 하는데 재판부가 이를 간과한 채 변명에 가까운 설명만으로 재판을 마무리했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 "살인범 낙인의 삶"

최씨는 선고 뒤 "살인범의 꼬리표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10년을 복역한 최씨는 '살인범'의 꼬리표를 16년 만에 떼어낸 그 기쁨을 이렇게 표현했다.

최씨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줬다. 그분들에게 감사하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출소 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살인범이라는 꼬리표였다"면서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앞으로)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또 "재심 결정과 무죄를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아들의 무죄 선고를 지켜본 최씨의 어머니도 "무죄를 이끌어낸 박 변호사와 진범을 붙잡아준 황상만 반장(전 군산경찰서 형사반장)이 정말 고생했다. 좋은 결과로 이어져 기쁘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했다.

◇ "진범 수사 촉구"

황씨는 "오늘 무죄판결은 국민의 승리다. 드디어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렸다"며 기뻐했다.

이어 "가짜 살인범을 만들고 진범을 풀어준 공권력은 이제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피해자와 가족,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과 경찰은 하루빨리 수사를 시작해 진범을 체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도 "검찰은 신속히 진범 수사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 계속된 관심이 필요하다"며 진범 수사를 촉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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