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4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철회한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추 대표와 모든 사안에 대해서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하겠다는 입장이었다"며 "아직 공식 통보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회담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뉴스로 접해 너무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여야 3당 대표가 모두 참여하는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야당이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영수회담을 거부한 데 이어 박 대통령의 2선 후퇴까지 요구하면서 회담 관련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추 대표가 이날 오전 6시30분께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양자회담을 제안했고 청와대는 내부 논의를 거쳐 4시간 만에 이를 공식적으로 수용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 19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인 100만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데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하야·탄핵 요구가 분출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정국 수습을 위한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기대감도 감지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부에서 추 대표의 전격적인 영수회담 제안에 불만이 쏟아지고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간 격론이 벌어지는 가운데서도 청와대는 회동 시간(15일 오후 3시)과 장소(청와대)를 공지하면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추 의원이 당내 반발에 부딪혀 예상치 못하게 영수회담 제안을 뒤집자 청와대는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야당과 계속해서 대화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이라 당혹스럽다"면서도 "여야 영수회담을 이미 제안해 둔 상태인 만큼 형식과 관계없이 언제든지 열리기를 기대하며 열린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우리로서는 대화의 노력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며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는 만큼 야당도 열린 자세로 대화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수용과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 및 국회 추천 총리 임명 약속 등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내놓은 상황에서 정국 수습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였던 영수회담마저 막히자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국민의당과 정의당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마저 하야나 탄핵을 의미하는 '퇴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박 대통령으로서는 파국을 피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하야 가능성은 일단 배제하고 있는 박 대통령에게는 검찰 조사 이후로 전망되는 추가 대국민담화에서 여야 합의로 뽑아줄 것을 요청한 신임 국무총리에게 내치와 외치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이양하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선택지만 남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