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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달만큼 커진 소망…잠 들기 어려운 밤

입력 2016-11-1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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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했던 '오늘'은 오늘(14일) 나가지 못합니다. 이미 예정돼 있었던 영수회담, 오늘 저녁 때 갑자기 취소됐기 때문에 그 내용을 기반으로 준비했던 '오늘'은 역시 취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뉴스룸 앵커브리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늘은 68년 만에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장 가까워지는 보름날. 나이 일흔이 아직 안됐다면 평생 처음 보는 큰 달. 뭐 굳이 인력의 법칙을 따져보지 않아도 어쩌면 그 끌어당김에 선뜻 잠 못 드는 밤이 되겠지요.

그리고 지난 주말. 그 불빛 역시 너무도 환해서 사람들은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차마 눈 감고 편히 잠들 수 없었던 밤. 100만개의 촛불은 그렇게 거리로 나섰습니다.

마음속엔 저마다의 분노와 절망을 품고 있었지만 표정은 어둡지 않았습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은 아빠와 엄마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함께 노래하고, 어깨를 걸고, 셀카를 찍고, 마지막엔 스스로 흔적을 정리했던, 그곳은 잃어버린 것을 스스로 되찾기 위한 축제의 공간이었던 셈이죠.

광장을 가득 채운 달무리 아래 우리가 저마다의 초를 들고 별처럼 품었던 꿈들은 무엇이었을까.

누군가는 우리를 선망국, 즉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뒤 더 나아가지 못하고 먼저 망한 나라라고 했다지만…

대통령과 그 오랜 친구라는 누군가의 부적절한 정치적 결합이 그것을 더 명확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서 국가가 만들어 놓고 최면을 걸었던 이른바 '국격'이란 단어조차 입 밖에 내기가 부끄러워지는 이즈음이지만…

저마다의 초를 들고 함께 꿈꾸고 함께 노래했던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은

선망국(先亡國), 먼저 망한 나라가 아닌
선망국(羨望國), 부러운 나라

비록 위정자들이 나라를 기울게 했어도 늘 국가를 살려내는 것은 민초들이었다는 것을 주말의 광장은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가장 큰 보름달, 수퍼문이 뜨는 날. 달과 지구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지고 사람들의 소망은 그만큼 커지는 날.

잠이 보약이든 아니면 잠이 최고이든 달만큼 커진 소망을 가진 우리는… 지금 잠이 들기 어렵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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