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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같았던 민중총궐기 문화제…"분노와 흥이 공존"

입력 2016-11-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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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같았던 민중총궐기 문화제…"분노와 흥이 공존"


축제 같았던 민중총궐기 문화제…"분노와 흥이 공존"


12일 전국 각지에서 '2016 민중총궐기'에 모여든 시민들은 집회와 함께 진행된 춤사위, 노래, 연주 등 각종 공연을 보면서 수시로 "박근혜 하야"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가족, 연인, 지인들과 함께 광장 인근을 찾아 야시장처럼 늘어선 포장마차에서 허기를 달래기도 하며 주말 집회를 축제처럼 즐겼다.

◇다양한 문화 행사…시민들 참여하고 즐겨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진행되는 공연을 보고 있던 직장인 안모(30)씨는 "분노와 흥이 공존하는 것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집회에 100만에 가까운 시민들이 몰린 것을 보고 처음에는 두려운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안씨는 "광장에 몰린 사람들의 규모를 보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집회가 이어질수록 국민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민중총궐기는 다양한 문화 행사와 함께 진행됐다. 풍물 놀이패들의 사물놀이,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하야송' 합창 등이 이어졌고, 시민들은 호응했다.

오후 2시부터 광화문광장에서 연예인 김제동씨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도 인기였다. 시민들은 김씨의 입담에 박수를 치거나 환호성을 하면서 집회를 즐겼다.

행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후 5시15분께 이후에도 광화문광장에는 8만여명(경찰 추산)의 시민이 모여 개별 발언 시간, 공연 등 행사를 지켜보며 자리를 지켰다.

헹진이 끝난 뒤 진행된 3차 범국민대회 문화제에는 이승환, 정태춘, 조피디, 크라잉넛, 사운드박스, 전범선과 양반들, 스카웨이커스, 연영석 등 가수가 참석해 노래를 불렀다.

경기 남양주에서 왔다는 중학생 김모(15)군은 흥에 겨운 목소리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서 함께 했는데 대통령이 내려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군의 친구는 "대통령이 말이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말한 뒤 공연을 보며 환호했다.

시민들은 광화문광장과 시청 일대에서 공연을 관람하거나 각종 구호를 외치면서 주말 저녁 서울 도심을 촛불로 수놓았다. 경복궁 인근 등지에 세워진 자유발언대에 오른 시민들은 박 대통령을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각중 풍자 만발

이날 집회에는 노동·여성·교육 등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지적이 직접적인 구호 또는 상징적인 방법으로 총출동했다.

오후 종로1가 일대에는 박 대통령 임기에 발생한 사태인 고(故) 백남기씨 사망 사건, 한·일 위안부 합의 등을 상징적으로 규탄하는 조형물이 등장했다.

터울림 풍물패 50여명은 광화문우체국 인근에서 백씨의 얼굴이 그려진 현판을 세워놓고 사물놀이를 했다. 백씨는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317일 뒤 사망했다.

보신각 인근에는 별도 제작한 백색 위안부 소녀상이 등장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2월28일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111억원) 규모의 예산 출연을 하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에 관한 합의를 했다.

역사교과서, 성과연봉제 등을 지적하는 피켓들도 도심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세월호 참사를 지적하면서 조속한 선체 인양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발언도 제기됐다.

광화문광장 인근 교보문고 앞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우리들은 다 살았지만 2세들에게 본받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든다"며 "나오지 않으려고 하다가 나와 보니 이렇게 문제가 많았었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까지 나서서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는 것이 더욱 안타깝다"며 "박 대통령이 깨끗하게 물러나면 감사할 것 같다"고 토로하며 한숨 쉬었다.

최순실 게이트 시국과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이색 조형물도 나타났다.

종로1가에는 박 대통령을 흰색 닭 모형을 은색 손으로 쥐고 있는 조형물이 나타났다. 닭 모형에는 박 대통령이 2차 대국민사과에서 말한 "내가 이럴려고…"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순실 메뉴치킨'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있는 시민도 있었다. 이 현수막에는 "골 때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라고 적혀 있어 길을 지나는 시민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가족·연인·친구들과 함께…저마다 '인증 사진'

서울과 경기도를 오가면서 연애를 하고 있다는 직장인 신모(32)씨와 장모(31·여)씨는 데이트 장소를 민중총궐기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을 택했다.

장씨는 "과거의 축제를 보면 비장하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최근에도, 오늘도 축제 같다"면서 "박근혜 하야를 요구하면서 모두가 함께하는 축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행진 과정에서도 민중가요와 함께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기 위해 만든 노래인 '하야가', 하우스 리듬과 함께 하는 랩 음악이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충남 당진에서 오전 9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왔다는 여중생 조모(15)양은 "뉴스 같은 곳에서 최순실 게이트 얘기를 듣고 왔다"며 얼굴을 붉혔다.

조양은 친구 이모(15)양 등과 함께 'ㅋㅋㅋ'라고 적힌 마스크를 사왔다고 했다. 조양은 마스크를 기자에게 보여주면서 "나라꼴이 웃기다고 생각해서 사온 것"이라며 "늦게까지 있다가 못 내려갈 것 같으면 친척집에 가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광화문 문화제에서 촛불 파도타기를 하거나 '박근혜 퇴진'이라고 적힌 피켓을 노래에 맞춰 흔들었다.

광장에는 어린 자녀를 무등 태워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 지팡이를 짚고 함께 나온 지인과 담소를 나누는 노인도 있었다.

군중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 모습은 흔히 보였다. 셀카봉을 들고 나와 집회에 참석한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는 시민도 있었다.

주최 측은 11월19일 전국 동시다발 4차 범국민행동, 26일 전국 집중 5차 범국민행동을 예고해 둔 상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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