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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라 자식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 2030세대 참여 봇물

입력 2016-11-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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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라 자식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 2030세대 참여 봇물


박근혜 대통령 하야(퇴진)를 촉구하는 3차 주말 촛불집회에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특히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일을 닷새 앞둔 고3 수험생과 재수생들도 상당수였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임아혁(27·여)씨는 "2008년 광우병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 때 고3이라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내내 후회스럽더라. 또 후회하지 않으려고, 작지만 힘을 보태려고 광화문에 나왔다. 대한민국이 이래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카페를 운영한다는 최진영(31)씨는 가게 문을 닫고 서울행 버스를 탔다고 한다. 최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생업을 접고 왔다. 정의로운 사회를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국민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더 이상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 하야만이 답이다"라고 성토했다.

은행원 김태언(34)씨는 아내와 함께 오전 6시10분 KTX를 탔다. 김씨는 "결혼 직후인 지난해 초 부산 서면에 악세사리 가게를 차린 뒤 단 하루도 문 닫은 적이 없던 아내가 먼저 서울에 가자고 하더라. 쉬고 싶긴 했지만 기꺼이 아내 뜻에 따랐다"면서 "막상 집회 현장에 오니 나라 걱정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에 한결 마음이 놓인다. 나중에 자식이 생겼을 때 지금의 나라를 물려주고 싶진 않다"고 언급했다.

10대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충남 부여 임천중학교에 다니는 김상희(16·여)양은 친구 2명과 함께 중·고교생 사전집회에 참여했다. 민중총궐기 후 청와대 인근까지 행진하는데도 동참할 생각이다. 김 양은 "밤늦게 진행될 행진까지 참여하려고 집에 돌아가는 KTX를 내일(13일) 오전 6시45분 표를 끊었다"면서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지만 결국엔 저의 바람직한 행동에 격려해주셨다"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의 송우고등학교 1학년생인 안현지(17·여)양은 위안부 수요 집회, 석탄 화력발전소 추가건설 백지화 집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집회 참가다. 안 양은 "우리가 이끌어가야 할 나라가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만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집회가 열린다면 계속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홀로 버스를 타고 상경한 포항제철고등학교 1학년생인 문모(17)군은 "국민이 '갑'인데 갑한테 을인 대통령과 공무원들이 '갑질'을 한다. 더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면서 "대통령의 하야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며, (투표권이 없지만) 청소년들의 의사 표현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업을 앞둔 전북 군산상업고등학교 3학년인 김현우(19)군은 "너무 화가 난다. SNS를 통해 집회 소식을 접하고는 뜻을 함께 하려고 왔다. 이번 수능을 치르지 않아 부담이 적지만 집회에 참가하는 고3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동작구 노량진에서 재수를 준비중인 이서현(20)씨는 "수능을 닷새 앞두고 딴짓 한다는 얘기를 들을 법 하지만 국민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있느냐. 도서관에서 온종일 궁금해할 바에는 잠깐이라도 동참하자는 심산으로 광화문에 왔다. 내가 가려는 (목표의) 대학도 이대 같아선 안되지 않겠냐"고 언급했다.

이처럼 이번 사태에 분노하는 주역은 2030세대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태어나 제도적 평등이 어느 정도 자리잡은 사회에서 기성세대 보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1~2명의 자녀만을 두는 핵가족에서 '너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격려 속에 자란 세대다.

하지만 사회는 달랐다. 취업 연애 결혼 출산 등 당연히 누려야 할 꿈과 희망조차 잃은 'N포 세대'로 전락했고, 아무리 노력해도 특정 계층 밑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깨닫게 됐다.

기회 불평등과 고용 불안을 겪으면서 켜켜이 쌓여왔던 현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나흘 전인 8일 전국 10~20대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43.6%가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답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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