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과 대한승마협회, 한국 마사회 등 9곳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모녀에게 35억 원을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 때문인데요, 삼성 본사가 압수수색을 받은 건 2008년 4월 삼성 특검 이후 8년만입니다.
앞서 삼성은 최씨 측이 주도한 미르와 K스포츠 재단은 물론이고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거액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또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위해 모나미를 통해 독일 승마장을 샀다는 의혹을 포함해 이번 사건 초반부터 최씨 측에 특혜를 줬다는 정황이 여러번 불거졌습니다. 그 때마다 삼성은 완강히 부인했지만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심수미 기자, 핵심은 삼성전자가 최씨 회사에 35억 원이라는 거액을 왜 줬느냐 일텐데, 삼성 측은 뭐라고 설명을 하나요?
[기자]
삼성전자 측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승마선수 육성 차원에서 협회에서 후원 요청을 했기 때문에 응했을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승마협회가 만든 중장기 플랜입니다. '삼성에 후원을 요청한다''독일 현지에 훈련 캠프를 설치운영한다'고 명시돼 있는데요, 문제는 이 독일 캠프 실무를 담당한 회사가 최순실 씨의 회사인 비덱스포츠의 전신인 코레스포츠라는 겁니다.
[앵커]
결국 표면적으론 선수 육성을 한다고 해놓고 최 씨 개인회사에 지원한 셈이 되는건데, 그럼 돈은 정상적으로 쓰인 건가요?
[기자]
원래 계획은 3개 종목, 총 12명의 선수를 훈련시킨다는 것이었는데요. 실제로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만을 위한 훈련이었습니다.
훈련단장으로 지난해 독일에 다녀온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은 정씨 종목인 마장마술을 제외한 다른 종목의 말을 살 수도 없었고, 다른 선수를 뽑을 수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회장님', 곧 최순실 씨가 지출을 승인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고도 했습니다.
[앵커]
심수미 기자가 독일에서 만난 승마 관계자들도 정유라 씨가 삼성으로부터 후원을 받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10월 정유라씨가 1년 임대계약을 했던 독일의 예거호프 승마장 대표는 정씨로부터 직접 "삼성으로부터 200억 후원을 받을 예정이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럼 사실상 최순실 씨가 배후에서 모든 걸 움직였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박 전 감독은 삼성전자와 승마협회에 모두 항의를 했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으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답변만 거듭해서 들었다고 합니다.
최 씨 모녀가 승마협회 차원에서 삼성이 한 거액 투자를 사실상 자신들의 사유 재산처럼 생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대목인데요, 삼성도 승마협회도 모두 최씨의 결재만 기다리며 쩔쩔 맸다는 겁니다.
[앵커]
우리나라의 최고의 기업이라고 자부하는 기업이 이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하여간 여러가지 생각하게 합니다. 아시는 것처럼 삼성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출연금도 다른 기업들보다 굉장히 많지요.
[기자]
네, 전체 774억원 가운데 4분의 1 가량인 204억원입니다. 이밖에도 정씨를 위해 독일의 승마장을 모나미를 통해 우회 구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입니다.
[앵커]
문제는 이 돈이 뇌물이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겠죠?
[기자]
네, 그 점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삼성은 일관되게 최씨에게 특혜 자체를 준 적이 없다고 모든 의혹을 부인해온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복수의 승마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피해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돈을 냈다고 볼 수 있는 진술과 정황을 확보해 오늘 압수수색을 한겁니다.
[앵커]
검찰 수사를 좀 더 지켜봐야겠군요. 그런데 삼성이 자금을 집중 지원하던 시점 역시 의혹이 제기되고 있죠?
[기자]
대가성을 확인해야 하는 측면인데 아직은 의혹 수준입니다만 삼성이 코레스포츠에 돈을 집중적으로 보냈던 지난해 9월~10월에 맞춰, 숙원 사업이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마무리됩니다.
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거액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합병에 찬성해 준 덕분인데요. 최씨를 통해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 상태입니다.
알겠습니다. 수사를 지켜보죠. 심수미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