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종착역은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기업들을 상대로 한 모금활동 등 재단 운영 전반에 박 대통령이 간여했다는 진술 등이 잇따라 나오면서 검찰 입장에선 어떤 형태로든 박 대통령을 상대로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일 사정당국을 통해 확인된 박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개입 과정은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들과 일맥상통한다. 최순실씨가 박 대통령에게 얘기를 하면 박 대통령이 다시 안종범 전 수석에게 지시하고, 안 전 수석은 부하 직원을 통해 기업들을 접촉해서 모금활동을 벌인 것으로 정리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안 전 수석이 최씨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안 전 수석이 국회에서 '최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답변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도 한겨레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 4일 안 수석이 먼저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께서 사무총장님의 안부를 물으시며, 그동안 수고 많으셨다는 뜻을 전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면서 "그래서 내가 다시 '대통령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신 게 맞냐'고 반문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안 전 수석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박 대통령과 함께 멕시코 순방중이었다고 한다. 이 전 사무총장은 "그래서 내가 '잘 알겠다'고 했다. 안 수석이 '미리 알고 있는 게 좋을 거 같아 얘기한다. 나중에 귀국해서 다시 얘기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안 전 수석은 같은 달 16일 직접 이 전 사무총장을 만나 사퇴 의사를 다시 확인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검찰로선 이 같은 정황들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본질에 가까운 사안일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을 경우 이 사건 수사의 정당성과 공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은 이미 이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해 "수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데다, 최씨 등 관련자들에게 증거인멸이나 도주를 위한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심까지 강하게 산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직 검찰총장 출신의 한 인사는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 지시로 기업들을 만났다면 어떻게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인사는 "재임중에는 대통령을 형사소추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조사 여부에 대해서는 된다, 안된다는 학설이 팽팽하게 맞서는데 학문이라는 게 학문 그 자체가 아니라 현실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 아니냐"며 현실적인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