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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각종 풍자·신조어 봇물…"유쾌한 저항"

입력 2016-11-02 14:51

각종 패러디 사진, 신조어, 최순실 게임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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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패러디 사진, 신조어, 최순실 게임까지 등장

'최순실 게이트' 각종 풍자·신조어 봇물…"유쾌한 저항"


'최순실 게이트' 각종 풍자·신조어 봇물…"유쾌한 저항"


'최순실 게이트' 각종 풍자·신조어 봇물…"유쾌한 저항"


아무 공적 직책도 없는 일개 민간인이 국정을 농단한 초유의 사건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는 패러디물도 여러 형태로 쏟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생들은 저항의 전통적 표현양식인 시국선언이나 대자보 뿐만 아니라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각종 풍자물을 창안해 SNS를 중심으로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지난 30일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계정에는'공주전'이라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공주전은 '옛날 헬-조선에 닭씨 성을 가진 공주가 살았는데 모친을 잃은 공주가 스물셋이 되던 해 신분 세탁의 기회를 엿보던 무당 최씨가 공주를 뵙기를 청했다'는 식으로 전개하며 최순실 게이트를 조목조목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이 글은 2일 오후 1시 현재 1만9000여명이 공감했고, 5450회 공유됐다. 게시물 하단에는 '이 글이야말로 노벨문학상이다', '이번 수능 고전문학에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속편도 기대된다' 등 글쓴이의 해학에 감탄하는 댓글이 4000여개가 달리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페이스북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박공주헌정시'(朴公主獻呈詩)라는 제목의 한시도 인기 절정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근혜가결국 謹惠家潔國(가정을 사랑하고 국가를 단정히 함을 삼간다면)', '해내시어타 該奈侍於他(그 어찌 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오)'와 같이 한자의 독음과 해석이 맞물려 현 시국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또 1905년 장지연의 항일 논설을 패러디한 성균관대 학생들의 '시일야방성대곡' 대자보도 등장했다. 학생들은 "오천만 꿈 밖에 어찌하여 비선 실세 개입이 사실로 나타났는가. 이 진실은 비단 우리 한국뿐만 아니라 온 천하의 웃음거리가 될 조짐인즉, 그렇다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본 뜻이 어디에 있었던가"라며 통탄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은 교내에서 '시굿선언'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가 살고 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시국선언을 낭독하고 경기도당굿 부정놀이, 통영오광대 문둥춤, 동해안 오구굿 등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이밖에 각종 패러디 사진들과 신조어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는 신조어 '순시리(순 Siri)'는 최씨의 이름 순실과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Siri를 합성했다. 애플 사용자가 시리에게 물어보듯 대통령이 국정 현안을 최씨에게 물어본다는 조롱이 담겨져 있다.

'어이상실'을 대신해 '어이순실'이라는 표현도 나돈다.

또 지난달 31일 최순실씨가 검찰에 출석할 당시 신발 한 짝이 벗겨진 모습을 두고 최씨를 '순데렐라'라고 비꼬는가 하면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 '프라다가 순실을 벗었다' 등의 패러디 사진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구글 앱스토어에서는 '순실이 닭 키우기', '최순실의 말 키우기', '슈팅순실' 등 모바일 게임까지 연이어 출시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풍자 열풍에 대해 젊은이들 또는 민초들의 적극적이고 유쾌한 저항의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담한 상황을 방관하기에는 사안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나서서 풍자와 해학을 통해 사건의 핵심적인 요소를 재미있게 짚어주면서 환기시키고 있다"며 "이제는 사람들이 수동적인 입장에서 단순히 뉴스를 통해 사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건을 재해석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설, 사진 등 패러디물로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진부한 시국선언보다 날카롭고 기지가 넘치는 풍자가 훨씬 더 사람들의 허탈한 감정을 달래줄 수 있고, 공감대 형성에도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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