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인터뷰 등을 통한 폭로전으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촉발시킨 고영태 더블루케이 상무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지난 27일과 28일 각각 검찰에 처음 소환됐을 당시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두 사람을 긴급체포해서 구속시키려고 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검찰이 특히 신병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이 전 사무총장이 아닌 고 상무"라는 말도 있었다.
어느 쪽에 방점이 있든 분명한 사실은 검찰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의 한 인사는 31일 "검찰이 누구보다 고 상무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요한 것은 그의 입과 손과 발을 묶을 만한 범죄 혐의가 현재로서는 드러난 게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7일 고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2박3일간 조사한 후 30일 오후 2시께 재소환해 이날 오후 2시께 귀가시켰다.
고 상무가 이번에도 '정상적으로' 귀가하자 검찰 내에선 "고 상무를 공범으로 엮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 상무 역시 귀가길에 기자들을 만나 "사실에 대해 떳떳하게 소명하고 나왔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검찰의 다른 인사는 "검찰이 고 상무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최소한 국정농단의 '공범'으로라도 처벌하려고 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했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 상무는 박 대통령이 들고 다녀 화제가 된 가방 브랜드 '빌로밀로'를 만든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독일 더블루K 대표, 한국 더블루케이 상무를 맡는 등 최씨의 최측근으로 지냈지만 최근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 상무는 최근 언론을 통해 "최씨가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고치는 일"이라고 폭로하며 의혹을 증폭시킨 바 있다.
이 전 사무총장 역시 현재까지는 참고인 신분이다. 지난 28일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과거 큰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어 검찰은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건강에도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다.
지난번 조사 때도 밤샘 조사를 받고 건강상태가 악화돼 다음날 병원으로 이송된 바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항상 두께 30㎝가량의 '대통령 보고자료'가 놓여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전 사무총장이 최씨의 불법자금 모금과 국정농단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거나, 최씨의 지시를 받아 불법을 저지른 것이 드러나면 언제든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 상무나 이 전 사무총장이 최씨의 지시를 받고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자금 유용에 가담하고 일정 금액을 챙겼는지 여부가 이들의 사법처리 여부에 핵심이 될 전망이다.
만약 최씨가 청와대의 기밀 문건을 미리 받아보고 대북정책 등에 대한 비선모임을 운영한 것에 이들이 '공범'으로 활동했다면 공무집행 방해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의 경우, 최씨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전 사무총장이) 협박도 하고 5억원을 달라고 했다"고 주장한 만큼 해당 부분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