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피붙이보다 가까이 지내면서 국정농단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씨가 3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지난달 29일 시민단체 고발 이후 한 달여 만이자, 지난 27일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진지 5일만이다.
검찰이 최씨를 조사하면서 이날 중 긴급체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오후 3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최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단 한마디도 못하고 눈물만 보이다가 조사실로 향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현재 ▲대통령 연설문 등 문건 유출 의혹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운영 과정 등 두 갈래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씨는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해 외교·안보·인사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문서들을 발표 전 사전에 받아 본 사실이 확인되며 비선실세 당사자로 지목된 상태다. 최씨가 누구를 통해 관련 문건들을 받아왔는지, 해당 문건을 외부로 또 다시 유출시켰는지 등이 검찰 수사 대상이다.
또 설립 및 운영과정 전반에 걸쳐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어느 정도 개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비리가 있었는지도 핵심 수사 포인트다. 검찰은 현재 두 재단의 실소유주가 최씨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르재단에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16개 주요 그룹이 486억원, K스포츠 재단에는 19개 그룹이 288억원을 단기간 출연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인 상태다. 최씨는 이 재단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돼 있다.
최씨는 차은택 전 문화창조융합본부장 등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앉히는 등 각종 인사에 개입하고, 그들이 정부의 사업을 수주할 수 있게 힘을 써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최씨에게 뇌물이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밖에 딸 정유라씨와 관련해 승마협회와 이화여대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정씨가 입학 등 과정에서 각종 특혜를 받게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씨는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9월3일 독일로 출국해 모습을 감추는 등 도피 생활을 이었다. 또 최씨 모녀가 대주주인 독일 더블루케이 대표이사를 지난 20일 고영태씨에서 교포 변호사인 박모씨로 변경하는 등 검찰 수사에 앞서 증거를 인멸하는 정황도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최씨를 상대로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추궁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조사는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