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좋은 뜻으로 시작했어도 실행 과정에 이렇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곱씹어 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하는 것이 저희 탐사플러스의 문제제기입니다. 창조경제라는 화려한 수식어 아래 가려진 일부 연구소 기업들의 빗나간 행태는 이 뿐이 아닙니다. 정부 인증을 받은 뒤 규정을 안 지키는 회사, 실제 영업을 하지 않은 유령 회사, 지원금으로 회사 외상값을 받은 대표까지. 이 쯤되면 일부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윤샘이나 기자가 계속해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연구센터입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연구소 기업'의 본사로 등록된 곳입니다.
그런데 사무실이 텅 비어 있습니다. 책상과 컴퓨터엔 먼지가 쌓였습니다. 한 눈에도 봐도 오랫동안 비워진 듯 합니다.
연구소 기업은 개발특구 안에 본사를 두고 상주 직원을 있어야 하는데 이런 규정을 모두 어긴 겁니다.
해당 기업은 일시휴업 중이라며 곧 영업을 재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회사 뿐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파악한 연구소 기업들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무실이 없거나 상주 인력을 확인할 수 없는 곳이 31곳으로 조사 대상의 15%에 달합니다.
더구나 일부는 실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 회사'라는 의혹까지 나옵니다.
재단 측은 "영업을 안하는 곳은 올해 말 인증을 취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연구소 기업을 창조 경제의 성공 모델로 홍보하며 지원을 늘려왔습니다.
2013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새로 설립한 연구소 기업은 모두 212곳으로 전체의 84%에 달합니다.
제도가 첫 도입된 2006년 이후 현 정부 출범 전까지 세워진 곳의 5배를 넘습니다.
하지만 매출이나 연구 실적 등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을 거둔 연구소 기업은 23곳 뿐입니다.
그나마 매출 1위로 코스닥에 상장된 콜마 BNH를 제외하면 평균 7000만원을 버는데 그쳤습니다.
정부 예산을 타기 위한 꼼수로 악용된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박철우 교수/한국산업기술대 : 현재는 (숫자가) 많아졌지만 대부분 취약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다른 정부 재정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연구소 기업을 만드는 사례도 있습니다.]
연구비를 횡령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3억5천여만원을 지원받은 기업은 회사 대표가 1억원을 횡령한 뒤 해외로 도주했습니다.
부산의 연구소 기업도 지원금 일부를 회사 외상 대금을 갚는데 썼던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기업들은 이런 사태가 일찌감치 예견됐다고 지적합니다.
[연구소 기업 관계자 : 사업하다 보니까 협력회사가 서울 쪽에 더 많아요. 거기(본사)에 직원을 둬도 현재 소용도 없어요.]
애초 목표한 창조 경제라는 열매를 맺기 위해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