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성적만 올릴수 있다면" 사기 덫에 걸린 고액과외 맹신

입력 2016-10-17 16:2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고액 과외라기에 믿었는데…."

고액 과외로 짧은 시간에 자녀의 성적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었던 학부모들의 꿈이 사기 행각에 산산조각났다.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고액 과외의 맹신은 이들을 사기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했다.

17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1일 주부 조모(51·여)씨는 과외교습소 원장이라고 소개받은 허모(46)씨를 만났다.

수학 성적이 오르지 않던 고등학생 자녀를 걱정하던 조씨는 허씨에게 "1년치 수학 수업료로 700만원을 주면, 2~3등급으로 성적을 올려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영어를 추가하면, 930만원으로 할인된다"는 허씨의 말에 조씨는 생활비를 과감하게 과외비에 쏟아부었다.

그에게는 과외 경력 14년, 현재도 40여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허씨가 아이를 좋은 대학으로 보낼 수 있는 '구세주'로 보였다.

앞선 3월7일 또 다른 주부 정모(40·여)씨도 중학생 자녀의 1년치 수학 수업료로 695만원을 허씨에게 한꺼번에 건넸다. 외벌이 가정에 부담이 큰 목돈이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며 남편을 설득했다.

6개월 간 유능한 영어·국어 강사의 수업을 공짜로 듣게 해주겠다는 말에 또 다시 1300만원을 허씨에게 건네기도 했다.

"돈이 필요하다. 며칠 뒤에 곧바로 돌려주겠다"는 허씨의 말을 믿었다. "우리 아이 성적만 오르면 된다"는 생각이 이성적인 판단마저 막았다.

이들 두 엄마의 기대는 몇 달만에 무너졌다.

허씨가 매주 목·금요일 1시간30분씩 수업을 하면서 절반 이상의 시간을 전화 통화에 허비하거나 수업을 아예 빼먹는 날이 잦아졌다. 다른 과목 수업도 제때 이뤄지지 않았고 기대했던 아이들의 성적도 제자리였다.

뒤늦게 속았다고 느낀 이들은 "수업료 환불"을 요구했으나 허씨는 지난 7월께 잠적했다.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이들은 피해자가 자신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전남 담양 8명, 광주 3명, 장성에서 2명이 같은 피해를 당했다. 부모들 대부분이 청소나 일용직에 종사하는 등 가정 환경이 넉넉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허씨는 성적이 열악한 중고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심리를 이용해 1년 단위 수업료를 선불로 받은 뒤 자신의 빚을 갚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광산경찰서는 지난 15일 수학 성적을 올려주겠다고 속여 과외비를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허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비뚤어진 학구열을 악용한 사기 범죄가 잇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학부모들이 피해금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돕고, 허씨가 무허가로 교습소를 운영한 사실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