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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에 대한 전직 '재계 입'의 쓴소리…"인적 쇄신하라"

입력 2016-10-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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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에 대한 전직 '재계 입'의 쓴소리…"인적 쇄신하라"


"인적쇄신이 필요해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물갈이 수준으로 해야해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해체론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석중(60) 전 전경련 상무(현 한국언론진흥재단 자산운용위원회 위원장)가 내놓은 강한 충고다. 전경련이 환골탈태하기 위해선 제 살을 도려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퍼듀대학교 박사 출신인 김 전 상무는 1999년 전경련에 입사해 2007년 조직을 떠나기 전까지 경제연구소 본부장과 홍보본부장, 사회협력본부장으로 일했다. 각종 언론 인터뷰와 TV토론에 나와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강하게 비판하던 '공격수'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김 전 상무는 '재계의 입'으로 불렸다.

그런 김 전 상무의 눈에는 요즘 전경련 안팎 상황이 영 마땅치 않다. 정치권으로부터 해체 압력을 받는 것 자체를 수모로 여겼다.

"전경련은 항상 정부와 협력관계였어요. 어느 정부 건 다 그랬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할 말은 다 했지요. 반시장적 정책이 나오면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냈어요. 전경련이 아니면 그런 말을 누가 하겠어요. 그게 바로 전경련의 역할이죠."

최근 어버이연합 자금지원 문제와 미르재단 관련 의혹에 휘말려 전경련 해체론이 급부상한 것은 결국 조직 구성원들의 문제라고 그는 진단했다.

"전경련이 해야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한 거에요. 전경련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자유시장경제이고 이를 위해 시장경제 교육도 시키고, 산업시찰도 하고 그래야 해요.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떳떳하게 할 수 있는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업은 성의없이 대충하고 수뇌부들이 정권에만 너무 치중해버린거에요. 거기에 바로 문제점이 있는거죠."

그는 인적 쇄신의 대상으로 전경련 사무국을 직접 겨냥했다.

"과연 (이번 사태는) 정권의 눈치를 보다가 생긴 결과일까요. 아니면 본인들이 알아서 정권에 충성하려고 아이디어를 내가면서 그런 일을 했던 것일까요. 그 부분은 모르겠지만 어쨌건 책임은 져야지요. 사무국 수뇌부의 물갈이가 필요한 시점이에요.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거나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정리를 해야한다고 봐요."

김 전 상무는 과거 전경련이 조직을 발전적으로 해체한 뒤 통합연구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했던 배경도 이런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헤리티지재단을 보세요. 분명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어요. 그들이 핸들링하는 분야는 정치, 경제, 군사, 국민행복 등이에요. 어떻게 보면 경제단체를 뛰어넘는 거죠. 심지어 군사, 외교, 안보까지 다루고 가치 목표를 세웠어요. 우파의 가치를 위해서 자기들 의견을 제시하고 미국에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던 거죠. 그래 그럼 우리도 그렇게 한번 해보자는게 당시 목표였어요."

김 전 상무는 전경련의 이런 노력들이 흐지부지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언론을 참 많이 원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자신도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에 큰 고초를 겪었다.

사실 김 전 상무는 2003년 노무현정부 출범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를 가져 큰 파문을 일으켰던 장본인이다. 문제가 됐던 뉴욕타임스 보도는 '대통령 당선 후 한국 기업 안심시키기'라는 제목의 김 전 상무 인터뷰 기사였다.

신문은 당시 김 전 상무 발언을 인용해 "경제정책에 관한한 그들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그들은 시스템에 매우 급격한 변화를 원한다. 그들의 목표는 사회주의다(Their goal is socialist)"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언급한 '그들'은 노무현정부 출범을 앞두고 꾸려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였다.

김 전 상무는 그러나 이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주의라는 말을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외신기자였다는 것이다. 그가 기억하는 상황은 이렇다.

"당시 인터뷰를 요청했던 기자는 프리랜서였다. 그는 전화로 '노무현 정권은 사회주의 정권이냐'고 물었다. 내 대답은 '아무도 모른다. 오직 신만이 안다(Nobody knows, Only god knows)'였다. 신만이 아는걸 내가 어찌알겠냐고 답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기자가 마치 '소셜리스트'라는 말을 내가 한 것처럼 인터뷰 기사를 써버린 것이다."

김 전 상무는 당시 뉴욕타임스 보도를 정면부인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고 했다. 해당 언론에 정정보도를 요청했지만 '너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답변만 들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 일로 검찰 서면조사까지 받았고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한다.

김 전 상무는 파문 이후 한국경제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전경련으로 복귀하는 등 부침을 겪은 후 2007년 스스로 물러났다. 현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자산운용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전 상무 파문은 최근 '전경련 해체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김 상무가 실제 '노무현정부는 사회주의'라는 발언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정부의 대기업 정책을 비판하며 재계 입장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동정론'을 얻고 있다. 전경련이 정부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며 자기 목소리를 냈던 '마지막 싸움'이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김 전 상무는 "요즘 전경련을 해체하는 등 말이 많지만 그런 주장에 동의할 수 없고 전경련은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다"며 "전경련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라고 볼 수 있고 쇄신을 위해선 물갈이 수준의 인적 교체가 꼭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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