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밤 울산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 참사 생존자 일부가 극심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에 시달리고 있다.
14일 오후 울산의 한 종합병원에서 만난 이모(43)씨는 이번 사고의 생존자다.
아비규환이 된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아 병원에 실려 왔다. 이씨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화염 속 타는 연기와 냄새가 계속 떠오르고, 누군가와의 대화도 극도로 꺼려진다. 신경이 예민해져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여행 가이드인 그는 사고 당시 운전석 바로 뒤편에 앉아 있어 비교적 탈출이 빨라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는 사고 당시 탈출 후 창문으로 빠져나오는 승객들의 구조를 도왔다.
그 과정에서 귀, 팔 등에 화상을 입었고, 유독 가스를 흡입해 폐와 기도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신체적 부상보다 정신적 충격이 더 큰 상태다. 그가 구조한 승객은 총 탑승객 20명 중 절반인 10명.
이씨의 동생은 "형의 몸 상태가 많이 안 좋다"며 "탈출 과정에서 얼굴, 팔 등에 화상을 입었고, 연기도 많이 흡입해 숨 쉬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희생자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도 못잘 정도로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 의료진도 "환자가 현재 계속 사고 현장을 떠올리고 있고, 잠도 못자고 누워 있지도 못하는 상태"라며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언양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생존자 이모(62)씨 역시 정신적 외상 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씨는 "사고가 나면서 유리창을 깨려고 비상망치를 찾았는데 어두워서 보이지 않았다. 휴대전화 후레쉬를 켜서 한참 찾았는데도 비상망치는 안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뒷자리에 있어 탈출이 어려웠는데 누군가가 유리창을 깨부수는 바람에 살 수 있었다"며 "계속 희생당한 동료들이 떠올라 잠을 들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운전석 바로 뒤편에 앉아 있다 생존한 A(59·여)씨는 "바로 내 뒤에 앉아 있던 부부가 돌아가셨다"며 "정말 지옥 같았던 사고 당시가 떠올라 너무 힘들다"고 회상했다.
지난 13일 오후 10시11분께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경주 IC 방향 1㎞ 지점을 달리던 관광버스에서 불이 났다.
버스에는 울산의 한화케미컬 퇴직자 부부 모임 회원들과 운전기사 등 20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10명이 불이 난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생존자 7명은 울산의 종합병원 등으로 나눠져 치료를 받고 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