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누리당이 이번 국감에서 '청와대 지키기'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 야당 쪽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최순실, 차은택씨는 물론 우병우 수석까지 청와대가 불편해 할만 한 증인들의 채택이나 출석을 사실상 막고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새누리당 내에서도 '청와대 지키기'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 글쎄요, 한 방송사에서 나온 표현입니다만 이제는 보통명사가 됐으니까 이런 표현을 써도 될 것 같은데, 이른바 'X맨'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늘(13일) 여당 발제에서 새누리당 내의 이상 기류를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이정현/새누리당 대표 (8월 10일) :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와 맞서는 것이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하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면 나는 그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정현 대표가 취임 직후 했던 이 발언. 가만히 돌이켜보면, 새누리당은 '대통령에 맞서지 말라'는 대표의 '가이드 라인'을 충실히 따라온 것 같습니다.
먼저, 청와대를 비판한 국회의장의 개회사 파동. 당시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면서 강력 항의했습니다. 김재수 장관 해임안 통과 때는 아예 국회를 보이콧하고, 당 대표는 단식 농성까지 벌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 새누리당은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들을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이정현 대표가 이끄는 새누리당은 청와대를 철벽 방어하는, '청(靑)'벽방어 당이 된 것 같습니다. 야당에선 오늘 이런 비판이 나왔습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국민의당 : '지금도 그 사람 있어요?' 이런 말씀은 우병우 수석을 향해서 하셔야 하고, 새누리당은 신의 딸 최순실 등 핵심 증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탄 국감으로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야당뿐만이 아닙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청벽방어'에 반기를 드는 이른바 '새누리 X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X맨'의 면면을 보겠습니다. 먼저,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 오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그리고 우병우 수석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김무성/새누리당 전 대표 (음성대역) : 대통령에 제왕적 권력이 있으니 그런 문제가 나온 것이다. 어떻게 이틀 만에 800억원이 걷힐 수 있나. 우 수석은 출석하지 않으려면 물러나야 한다.]
게다가, 비박계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도 'X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중심인 "전경련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승민 의원/새누리당 (어제) : 그런 회의에, 청와대 회의에… 기재부 회의에 왜 전경련을 부르냐 이거에요. 상대를 해주지 마라, 이겁니다.]
백남기 농민 사건에 대해서도 유 의원은 당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국가가 사과해야 한다"는 겁니다.
[유승민/새누리당 의원 (지난 6일/출처: 유튜브 강준성 채널) : 고 백남기 농민의 사건은 공권력이 과잉 진압해서 한 시민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기 때문에 사과하고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그런 게 옳다고 생각을 합니다.]
법인세 문제도 예외가 아닙니다. "법인세를 올리면 안 된다"는 게 당론인데, 유 의원은 정반대 이야기를 합니다.
[유승민 의원/새누리당 (어제) : 그거(법인세) 1%, 2% 올리는 거 가지고, 뭐 1% 올리면 경제가 절단날 것 같이 얘기를 하고. 그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또 한 분의 X맨. 비박계로 문체부 장관을 지낸 정병국 의원입니다. 정 의원은 "핵심 증인은 불러야 한다"면서 지도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어제 국감에서도 전경련을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정병국 의원/새누리당 (어제) : 그런데 제가 보니까 미르재단하고 K스포츠재단이 블랙홀이 됐어요. 이게 문예 부흥을 위해서, 문화 융성을 위해서 전경련이 할 짓이에요? 역대 정권마다 보면 결국은 결과론적으로 전경련에서 한 행태는 정권의 앞잡이 노릇만 했던 것 아니에요?]
비박계엔 이 세 명 말고도, 숨어있는 'X맨'들이 많습니다. 선거법 공소시효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오늘 자정, 그러니까 약 6시간이 지나면 새누리당 곳곳에서 'X맨'들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대통령에 맞서지 말라"는 이 대표의 '가이드 라인'도 오늘 자정을 기점으로 시효가 만료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 한 편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시를 만났을 때~
< 하, 추억치고는! - 황인숙 >
:
헛, 헛, 헛, 시간이
헛돌고 있다
헛, 헛, 헛, 우리가
헛놀고 있다.
(헛것인 한에서의 '우리'여)
:
황인숙 시인의 '하, 추억치고는!'이란 시입니다. 새누리당이 '청와대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국정감사의 시간은 헛돌고만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무 죄도 없는 우리 국민들은 '헛것'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 비박계, '청와대 지키기'에 '반기' 드나? > 이렇게 잡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