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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공정결함 아닌 설계결함…부실인증 의혹"

입력 2016-10-1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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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노트7 공정결함 아닌 설계결함…부실인증 의혹"


배터리 폭발논란으로 단종에 이르게 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의 발화원인이 당초 삼성이 밝힌 공정상 결함이 아닌 설계결함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출시 전 국제인증기관의 배터리 안전인증시험에서 사양에 나와 있는 온도조건보다 낮은 온도범위에서 부실인증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2일 삼성전자는 최초 폭발원인이 셀 제조공정상의 결함에 따른 것이라 발표한 바 있어, 이를 뒤집는 설계결함이라는 원인이 밝혀지면서 삼성전자의 책임논란도 일어날 전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유섭 의원은 12일 갤노트7 배터리의 제조사인 삼성SDI와 ATL사의 배터리 관련 인증시험 성적서와 기표원의 현장조사보고서, 삼성의 발화원인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주장했다.

갤노트7의 셀은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를 층층이 쌓아서 롤 형태로 둘둘 말은 젤리롤을 케이스(파우치)에 넣어 만드는데, 이 셀에 과충전·과방전을 막는 PCM 보호회로를 장착해 최종 배터리를 생산한다.

삼성 갤노트7의 셀 설계도에는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케이스 모서리부가 직각으로 설계돼 공정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곡면부에 대한 설계가 누락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셀의 젤리롤을 담는 케이스는 얇은 알루미늄 평판을 찍어 누르는 프레싱 작업을 통해 만드는데 작업특성 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서리의 곡면부에 대한 설계값을 주지 않았던 것이다.

삼성SDI는 이 프레싱작업 기술력이 중국ATL사에 비해 떨어져 케이스 곡면부가 심하게 둥글게 제작되면서 케이스 모서리와 젤리롤의 음극기재 간 간격이 매우 협소해지게 됐다.

그 결과 충전 시 부풀어 오르는 젤리롤이 파우치 모서리에 닿아 눌러진 음극기재가 음극과 양극 기재 사이의 분리막을 찌르게 됐고, 충전과 방전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눌러진 음극재가 분리막을 찢으면서 단락이 발생한 것이다.

보통의 단락 시엔 배터리가 바로 꺼지게 되지만 음극 합제와 양극 알루미늄 기재가 접촉하게 되면 발화 및 폭발이 일어나게 된다.

이 사실은 지난 9월21일 국가기술표준원의 삼성전자 현장조사 결과보고서 상의 삼성SDI와 ATL의 정상 배터리 제품들을 비교한 CT촬영 사진에서 드러났다는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당시 CT촬영 사진에는 삼성SDI 배터리 내 음극기재가 충전 시 케이스 모서리에 닿아 눌림현상이 일어났고, 눌려진 음극기재가 분리막을 찌르는 현상이 발견됐다.

반면 ATL의 배터리는 케이스 모서리가 거의 직각임에 따라 음극기재가 충전 시 확장되더라도 음극기재가 모서리에 닿지 않았다.

갤노트7 배터리의 충전용량을 3000㎃h에서 3500㎃h로 늘리면서 젤리롤 두께도 늘어나게 됐고, 케이스와 젤리롤 간 공간이 더 협소해 진 것도 원인이 됐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배터리의 제조공정 상 결함이라 말해왔지만, CT촬영사진은 배터리 케이스 모서리와 음극기재 위치에 대한 설계의 문제였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내부에서도 이를 설계상 결함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공정상 결함으로 결론짓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한편 갤노트7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충전 및 사용 시 주변 온도에 따라 폭발 및 화재 등의 위험이 높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는 'IEC62133'라는 국제기준의 각종 안전시험을 통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IEC62133'을 준용한 안전기준인 'KC62133'에 따른 인증시험들을 통과해 KC인증을 획득한 배터리이어야만 시중에 출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약 수출 제조업체가 외국의 공인된 인증기관에서 안전인증을 받으면 국내인증 획득 시 수행해야 하는 안전인증 시험을 면제 받는다.

갤노트7 배터리의 제조사인 삼성SDI와 ATL사는 지난 5월 각각 'UL'과 'DEKRA'라는 국제인증기관에서 안전인증을 받은 뒤 국내인증기관에 성적서와 인증서를 제출해 시험면제를 받고 KC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기준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 시 전압은 4.25V, 주변온도는 10~45℃사이에서 가장 안전해 이를 준용하도록 되어 있다.

만약 제품사양에서 전압 및 온도 조건이 이를 초과하면 허용하는 최대 상한전압과 상·하한 온도보다 각각 5℃씩 높거나 낮은 온도 하에서 충전한 샘플로 시험해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갤노트7의 배터리와 셀의 제품사양에는 4.45V 전압으로 충전 시 10~45℃, 4.25V로 충전 시 –5~60℃에서 사용가능하다고 돼 있어 국제기준에서 추천하는 전압과 온도범위를 둘 다 초과한 상태였다.

그런데 삼성SDI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셀에 대한 인증시험에서 최대 충전압인 4.45V와 상한온도 45℃, 하한온도 0℃에서 충전한 샘플들로 단락 및 압착 시험 등을 진행해 인증을 획득했다.

결국 삼성SDI의 셀은 제품사양에서 제시한 –5℃~60℃의 충천 허용온도 범위에서 0℃~45℃에서만 안전성을 입증해 –5℃~0℃, 45~60℃에서의 안전성 입증은 하지 않았다고 정 의원은 주장했다.

삼성SDI는 이에 대해 "갤럭시노트7의 추천 충전전압은 4.5V이고, 저온 및 고온에서 사용 시 충전전압을 낮추라는 취지에서 4.2V로 충전하도록 사양에서 밝혔기 때문에 4.5V조건만 실험한 것"이라고 정 의원측에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SDI는 당시 인증시험에서 셀이 들어간 배터리는 셀과 달리 –10℃와 65℃에서 충전한 샘플로 인증시험을 통과해, 셀과 배터리의 시험온도를 각기 달리 적용한 이유 또한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반면 갤노트7의 리콜교환 및 신규출시 제품에 전량 들어가는 ATL사는 삼성SDI와 달리 셀과 배터리 모두 충전전압 4.45V와 충전온도 65℃와 –10℃에서 충전한 샘플로 인증시험을 통과했다.

결국 삼성SDI가 ATL사와 달리 배터리 제품사양에서 허용한 충전온도 범위 내 안전성을 제대로 입증하지 않은 채 인증을 받았고 인증 과정이 부실하게 진행됨에 따라 설계결함도 사전에 발견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게다가 보통 안전인증기관 내 시험실에서 인증시험을 수행하는데 반해, 삼성SDI는 인증기관 내 시험을 통과한 ATL사와 달리 중국과 베트남에서 OEM생산한 배터리를 삼성SDI 천안공장 내 자체실험실에서 시험을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현재 갤노트7의 원인 조사와 함께 출시 전 안전인증 시험에서 결함이 드러날 수 있도록 관련 기준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정 의원은 "세계일류 스마트폰 기업이라 자처하는 삼성이 세계인을 상대로 한 제품에 대한 설계자체가 문제가 있었고, 안전입증시험 또한 부실하게 진행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출시후 2달도 안 돼 단종하게 된 갤노트7을 교훈삼아 국가대표기업으로서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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