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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쏘는 정치] 대한적십자사의 '이상한' 헌혈 광고

입력 2016-10-10 19:15 수정 2016-10-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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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 Talk쏘는 정치 > 강지영입니다. 오늘(10일)은 헌혈 문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남성인 반장분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헌혈을 최근 3개월 이내에 해보신 분?


[앵커]

3개월이요? 저는 예전에는 많이 했는데, 요즘 좀 오래 됐습니다.

[유상욱 반장]

오래 돼서 가물가물합니다.

[강지영 아나운서]

그렇다면 임 반장은 어떤가요, 혹시?

[임소라 반장]

저도 3개월 안에 한 적은 없고요, 예전에 하고 싶어서 갔다가 저혈압이 있어서 못한 적이 있어요.

[강지영 아나운서]

사실 저도 저혈압이 있고 저체중이라서 헌혈을 해본 적이 없는데요. 남성과 달리 여성은 신체적인 이유로 헌혈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렇게 많습니다.

그런데 대한적십자사 헌혈 포스터 공모전에서 당선된 포스터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바로 이 포스터인데요, 여자의 빨간색은 자신의 겉모습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빨간색으로 입술과 장미 네일아트, 구두 모양이 그려져 있는데요.

이 광고를 보면 여성이 자신을 꾸미는데만 신경쓰느라 헌혈을 안 한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같은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당선된 포스터는 학생과 군인과 박 과장에게 엄마 모시고 와서 헌혈하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고령자도 헌혈을 독려하는 취지지만 어디에도 아버지를 모시고 오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임소라 반장]

남성보다 여성이 헌혈을 덜 하는 건 사실이지만 여러 가지 건강상 이유가 있을 수 있고요. 그걸 마치 여자가 꾸미는데만 신경을 써서 헌혈을 안 하는 식으로 모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고령자가 어머니만 있는 것도 아닌데 '엄마 모시고 와' 이것만 외치는 것도 좀 그렇습니다.

[강지영 아나운서]

맞습니다. 그래서 남녀를 불구하고 이 포스터에 대한 비판의 댓글이 적지 않은데요.

'여성 혐오가 배어있다' '우리 고등학교때 헌혈차 왔을 때 200명 넘게 하겠다고 갔지만 가능한 사람 20명도 안 됐다' '남자는 헌혈 다 하냐' 등등 다양한 의견이 잇달았습니다.

[앵커]

글쎄요, 제가 봐도 논란의 가능성은 있어 보이긴 하는데 적십자사 측 입장은 어떻습니까?

[강지영 아나운서]

네, 그래서 적십자사의 입장을 물었는데요. 공모전 당선작일 뿐 실제로 공익광고로 쓰지 않았고, 여성 폄하가 아니라 여성의 아름다움이 헌혈로 연결되길 바란다는 좋은 취지였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실 이런 공익광고에서 성차별 논란은 여러 번 있었죠. 지난 4·13 총선 당시 중앙선관위가 했던 투표독려 광고 여성차별 논란이 있었습니다.

아이돌 가수 설현 씨가 출연했었는데요, 화장품을 사는 조건을 열거하다가 투표 독려로 이어지는데요, 여성들이 화장품 고르는데만 애쓰면서 투표하지 않는 것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정강현 반장]

저도 저 공익광고 기억나는데요. 그때 설현 씨가 총선 때 선관위 홍보대사로 공익광고에 많이 나왔었잖아요. 그런데 자신이 출연했던 광고가 논란이 되면서 아마 설현 씨도 좀 곤혹스러웠을 것 같고요.

전 개인적으로 그 광고 말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듯했던 그 광고, 기억하시죠? 오빠 해봤어? 이런 말 나오는…

그 광고를 봤을 때 한편으로 근엄한 선관위가 저런 광고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무래도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죠.

[강지영 아나운서]

공익적인 메시지를 좀 더 대중들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종종 파격적인 방법을 쓰는 건 흔히 쓰는 기법이라고 하지만요, 여성을 외모만 신경쓰는 사람으로 비하하는 듯한 내용을 암시하는 건 문제라고 전문가도 지적합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 이렇게 반복적으로 공익광고라는 미명 하에, 여성은 자기 외모만 신경쓰는 존재다, 이렇게 어떤 전통적인 고정 관념의 프레임을 계속 활용을 하게 되면 이게 현실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공익적이라기보다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자꾸 확대 재생산하는 이런 쪽으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조심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외국의 헌혈 포스터들을 보면 헌혈로 영웅이 될 수 있다거나 한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지만 여러 사람이 얼굴이 보이는 사진으로 헌혈은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합니다.

또 누구나 헌혈할 수 있다는 친근한 포스터도 있는데요, 헌혈 독려 공모전 당선작들이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여성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공공기관의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앵커]

최근 공익적인 포스터나 광고가 자주 여성차별 논란을 빚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이 광고나 포스터를 보면서 불편함을 느끼게 되지 않도록 공공기관들이 좀 더 인권감수성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지영 아나운서 수고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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