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여당] 여권발 '개헌론' 확산…청와대는 '불가 방침'

입력 2016-10-10 19:1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까지 입장을 바꾸면서, 특히 여권에서 개헌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죠. 야권에서도 이미 개헌 논의가 활발하기 때문에 내년 대선과 맞물려 과거 어느 때보다 개헌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10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개헌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여권의 개헌 논의에 제동이 걸리게 됐습니다.

오늘 여당 발제에서 개헌 논란을 집중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기자]

[박근혜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 (2014년 10월 6일) : 국회가 정상화돼서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시킬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2년 전 발언입니다.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이때 대통령의 '블랙홀' 발언에 반기를 든 분이 계셨으니, 바로 김무성 전 대표입니다. 박 대통령에 맞서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가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하루 만에 이렇게 고개를 숙여야 했습니다.

[김무성/당시 새누리당 대표 (2014년 10월 17일) : 대통령께서 이태리 아셈 외교를 하고 계시는데 제가 예가 아닌 것 같아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저의 불찰로 연말까지 개헌 논의가 없어야 하는데 이렇게 크게 보도가 된 것에 대해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이때부터 상당 기간 동안 여권에서 개헌론은 '금기어'에 가까웠습니다. 대통령에게 맞서는 것처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개헌에 부정적이었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근 입장을 바꿨습니다.

오늘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개헌론부터 꺼냈습니다. "청와대가 막을 이유가 없다"며 개헌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새누리당 :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개헌 논의를 출발시키는 것에 대해서 그것을 뭐 인위적으로 저지하거나, 막거나 할 이유는 없다, 라는 그런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고…]

그러나 변수가 생겼습니다. 박 대통령의 의중입니다. 여권에서 개헌 논의가 활발해지자 청와대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김재원 정무수석이 오늘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은 개헌 이슈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는 게 청와대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분권형 개헌 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친박계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친박계에선 개헌을 통한 '반기문 외교 대통령-친박 실세 총리'를 구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에, 당분간 개헌 논의 자체가 주춤해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비박계에선 '개헌론' 목소리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다수가 비박계인 여권 주자들이 반기문 총장에게 지지율이 한참 뒤처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헌 카드'는 지지율 열세를 뒤집을 승부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비박 주자들은 분권형 대통령제, 4년 중임제, 내각제 등 지향하는 권력 구조는 조금씩 다르지만 "개헌을 해야 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습니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는 '여야 연정'까지 거론하며 가장 적극적으로 개헌론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새누리당 (8월 4일) :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 5명의 대통령이 자기 당에서 다 쫓겨나지 않습니까. 이 실패한 제도 아닙니까? 여러분. 그래서 대통령 권력을 분산시키는 개헌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20대 국회 개헌추진 모임은 개헌 정족수인 2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폭넓게 개헌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 어느 때보다 개헌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야권에서도 '문재인 대세론'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개헌론이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개헌 논의는 블랙홀'이라는 인식을 재차 확인했기 때문에,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습니다. 이정현 대표도 '조건부 개헌론'을 주장했었지만, 박 대통령의 의중이 확인된 상황에서 개헌 논의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개헌특위'를 야당 협상 카드로 활용할 계획이었던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난처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오늘은 시 한 편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시를 만났을 때~

< 분더캄머 - 오은 >

과거는 왜 항상 부끄러운가?
미래는 왜 항상 불투명한가?
방문을 열면
얼굴이 화끈
뱃속이 발끈
허기를 참지 못하고 또다시
너를, 너희들을 소환한다 오늘


오은 시인의 '분더캄머'란 시입니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개헌론에는 국민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정치적 허기'를 참지 못하고, 개헌론을 무작정 소환하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여권발 개헌론 확산…청와대는 불가 방침 >

관련기사

정세균 "2년 이내에"…제헌절에 다시 점화된 '개헌론' 정세균 의장 '개헌' 재차 강조…"시대정신 반영해 거듭나야" 국민의당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 물꼬 터야"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