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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엘리엇, '착한' 삼성 우군으로 변신?…그 속내는

입력 2016-10-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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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엘리엇, '착한' 삼성 우군으로 변신?…그 속내는


삼성과의 윈윈(상생)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보인가. 또 다른 의도가 숨겨진 고도의 책략인가.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반대편에 서 삼성그룹을 적잖케 당황하게 만들었던 엘리엇이 이번엔 백기사 역할에 나섰다.

삼성그룹의 숙원사업인 지배구조 재편의 명분을 제공하며 1년 사이 180도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속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신과 삼성전자 등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자회사 블레이크캐피털과 포터캐피털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 2개 펀드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0.62%다.

이번에 엘리엇이 공개서한을 통해 제안한 주요 내용은 ▲삼성전자 분사 ▲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 ▲30조원의 특별배당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나스닥·한국거래소 동시상장 ▲독립적인 3인의 사외이사 선임 ▲금산분리 등으로 요약된다.

엘리엇의 이번 요구를 놓고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를 높여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목적이라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엘리엇은 삼성그룹의 불확실한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삼성전자 주식이 경쟁사에 비해 저평가 됐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요구안 가운데 핵심 내용은 삼성전자의 분할이다. 삼성전자 분할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혀왔다.

삼성전자를 분발해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시키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가 되는 식이다. 삼성전자 지분 1%를 확보하려면 주당 가격을 160만원으로 계산할 때 2조6000억원이 드는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이렇게 큰 비용을 들이지 않으면서 삼성측 지분을 늘릴 수 있다.

삼성전자 분사, 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간 주식 교환, 자사주 의결권 부활, 삼성전자 홀딩스와 이재용 부회장이 1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치면 이 부회장 측은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분을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공격을 재개하려는 의도로 보긴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스스로 꺼내기 어려운 화두를 꺼내줘 명분을 준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지난 5일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삼성물산 주가가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삼성전자는 4.45% 오른 169만1000원에 마감했고,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각각 4.31%, 7.89% 뛰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엘리엇은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 삼성전자와 오너일가가 이룬 과거 업적을 지지하고 지주 전환을 통한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제안의 배경은 삼성전자의 저평가 해소이지만 사실상 삼성이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 전환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 준 셈"이라고 말했다.

LIG투자증권 지기호 리서치센터장도 "엘리엇이 네거티브 전략에서 포지티브 전략 형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지분 보유 주주 입장에서는 빨리 지배구조 이슈를 완성시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요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순수한 의도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경계섞인 견해도 있다. 엘리엇이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추진 때 소송까지 걸어가며 반대했던 만큼 속내가 따로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엘리엇은 지난 1977년 폴 싱어가 만든 헤지펀드로 직접 투자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목표로 하는 행동주의 펀드다. 지난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 사태, 2003년 프록터앤드갬블(P&G)의 독일 웰라사 인수에 관여한 전력이 있다. 현재 전체 운용자산은 260억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특히 독립적인 이사 3인 선임이라는 요구는 지배구조 개선과는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지분율을 유지하며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에 적극적으로 간섭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의 한 연구원은 "일단 현재로는 공세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는 없지만 엘리엇의 진짜 속내를 알기 위해선 다음 스탠스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이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에 했던 것처럼 외국계 주주들을 설득하고 나서 압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지분을 살펴보면 삼성 측의 지분율이 17.26%, 외국인 지분율은 50%가 넘는 구조로 돼 있다. 엘리엇은 지난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이 SK의 지분 14.99%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 뒤 기존 경영진을 압박하다가 1조원의 차익을 얻고는 떠난 전례가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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