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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걷기 나쁜 길이 된 '걷기 좋은 길' 실태

입력 2016-10-05 21:37 수정 2016-10-0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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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걷기 좋은 길'들이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막상 찾아가면 '걷기 위험한 길'로 불러야할 곳들이 더러 있습니다. 길만 만들어 놓고 관리를 안 하는 건데 여전히, 새로운 길은 계속 늘고만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입니다.

[기자]

정부는 최근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들겠다며 '코리아 둘레길' 조성 계획을 야심차게 발표했습니다.

그 둘레길에 포함될 '걷기 좋은 길'을 찾아가봤습니다.

경기도 연천의 평화누리길입니다. DMZ 접경 지역을 잇는 우리나라 최북단 걷기 코스입니다. 제가 서있는 곳은 평화누리길 11번째 지점인데요. 길을 따라 한 번 걸어보겠습니다.

조선시대 사당터인 연천 숭의전지를 지나 경기도 파주 방향으로 향하는 길. 그런데 얼마 못가 인도는 사라지고 차도가 나타납니다.

이 구간부터는 아예 자전거 도로도 사라져 이렇게 차도를 가로질러 갓길로 걸어야 합니다.

직접 걸어보니 평화누리길 11번째 지점에서 10번째 지점으로 향하는 길의 약 30%가 차도였습니다. 곳곳에 쌓인 낙엽과 달리는 차를 피해 위험스레 걸어야 합니다.

[경기도 관계자 : (평화누리길은) DMZ 선을 따라서 연결한 거예요. 차도라고 해서 마을 안쪽으로 확 들어갈 수 없고…]

다른 문제도 있었습니다.

평화누리길 10코스 시작점인 황포돛배나루터 유원지입니다. 안내매표소는 한눈에 봐도 흉가 상태로 방치돼 있습니다. 외벽을 감쌌던 비닐은 온통 다 뜯겨져 있고 안쪽으로 들어와 봤더니 철 지난 낙엽과 쓰레기가 군데군데 쌓여있습니다.

관광객이 없어 운영이 중단돼 흉가처럼 방치된 유원지가 여전히 '걷기 좋은 길'에 포함돼 있는 겁니다.

문제는 이뿐이 아닙니다. 길을 따라가다보면 인적이 드문 산길이 나오기도 합니다. 발자국 등 사람이 오간 흔적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가로등과 CCTV 등 보안시설은 전혀 없습니다.

[인근 주민 : 걸어서도 (이쪽으로는) 어쩌다 가지. (걷기) 힘드니까. 좋은 길(다른 길)로만 넘어왔다가 가고.]

이번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2010년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 오륙도까지 동해안 길을 이어 조성한 해파랑길에 가봤습니다. 역시 '코리아 둘레길'에 포함될 '걷기 좋은 길'입니다.

이곳은 강원도 고성군의 화진포 해변입니다. 동해안을 따라 '걷기 좋은 길'을 지정한 해파랑길 49번째 코스에 포함된 구간입니다. 그런데 아래를 보면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화진포 해맞이 숲길이라고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이 구간을 일컫는 이름이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쪽 안내판을 보면 이 길은 강원도가 지정한 낭만가도입니다. 이 길의 정보를 얻고자 스마트폰 QR코드를 이용해봤더니 보시는것처럼 작동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제각각 '걷기 좋은 길'을 조성하다보니 하나의 길에 많게는 9개의 이름이 붙은 곳도 있습니다. 이정표도 가지각색입니다. 당연히 예산도 중복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름만 붙여놓고 사후관리는 뒷전인지 이곳에 있는 해파랑길 안내센터의 문은 닫혀있습니다.

[고성군 관계자 : 지원하는 사업비가 많이 없다 보니까 지원 행사 때만 나와요.]

현재 국내에 '걷기 좋은 길'은 이미 전국적으로 600여 개, 1만8000㎞에 달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한반도 외곽을 잇는 4500㎞짜리 '코리아 둘레길'을 또 조성하겠다고 나선 겁니다.

이미 조성돼있는 '걷기 좋은 길'을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사업비는 최소화한다는 방침이지만, 벌써부터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가 우려됩니다. 코리아 둘레길' 조성 예산으로 책정된 돈만 100억 원입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기보단 이름만 다른 중복된 길을 정비하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걷기 좋은 길의 내실을 다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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