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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아버지 살해' 남동생, '정당방위성 행동' 주장

입력 2016-10-0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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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5월8일) 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남매에 대한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남동생은 5일 법정에서 "아버지의 계속되는 공격을 방어하다 벌어진 일"이라며 사실상 정당방위에 가까운 행동이었음을 주장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영훈)는 이날 오전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문모(47·여)씨와 문씨의 남동생(43)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문씨 남매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이뤄졌다.

남매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당했다. 어머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또 "사건이 일어나기 전 구입한 청테이프와 케이블타이(케이블을 묶는 플라스틱 재질의 줄) 등은 이민을 위한 짐 정리용 또는 아버지 집 내부 전선 정리용이었다. 아파트 비상계단에 있던 고무대야도 아버지가 사용하던 이불을 빨기 위해 집안으로 옮겨온 것"이라며 사전 공모 의혹을 부인했다.

특히 남동생 문씨는 "수면 장애가 있어 소주 2병을 마시고 잠을 청했다. 얼마 뒤 외출했던 아버지가 돌아왔다. 해외로의 이주 문제를 설득하기 위해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 누나가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잘못한 점 등을 힐난하자 아버지가 갑자기 주변에 있던 과도를 들고 누나에게 접근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아버지로부터 느낀 광기와 살기는 평소에 본 적이 없었다. 자칫 누나와 내가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아버지의 공격을 방어하던 중 아버지가 떨어뜨린 흉기를 들었으며, 이에 아버지는 다시 연장통에 있는 둔기를 들고와 나에게 휘둘렀다"고 진술했다.

"범행 뒤 아버지의 시신을 왜 고무대야에 넣고 액체 표백제품을 뿌렸는가" 라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아버지가 또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을 마신 상태로 정신이 없었다"고 답했다.

문씨는 "아버지, 누나와 함께 이민을 가려 생각했는데 살인을 왜 계획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살인의 고의가 없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또 앞선 재판에서와 같이 "두려움에 떨던 누나는 당시 세탁기 뒤에 쪼그려 앉아 있었을 뿐"이라며 단독 범행이었음을 재차 주장했다.

문씨 남매는 평소 아파트 소유권 이전과 어머니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달라고 아버지에게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피고인(남동생)보다 체격이 큰 아버지와의 실랑이 과정에 피고인은 다친 곳이 없는데…"라는 재판장의 물음에 문씨는 횡설수설하며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이들 남매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19일 오전 이뤄진다.

문씨 남매는 지난 5월8일 오전 8시∼9시9분 사이 광주 북구 한 아파트 4층 아버지 집에서 아버지를 둔기와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아버지 문씨는 다음날인 9일 오후 6시45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평소 아버지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에다 아버지 소유로 된 아파트 등의 재산 문제까지 겹치면서 남매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범행 직후 아버지의 시신을 고무대야에 눕힌 뒤 이불로 덮어두고 달아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같은 달 6일 오후 5시께 광주 남구의 한 생활용품 매장에서 청테이프와 케이블타이 등을 구입한 뒤 아버지의 집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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