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연임을 추구한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그가 내년 가을에 개최예정인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후계자 지명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소식통과 전문가를 인용해 시 주석이 자신의 후계자 지명을 내년 말 이후로 미룰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런 후계구도 결정이 늦어짐에 따라 시 주석은 물망에 오른 여러 후계자 후보들을 검증하는 시간을 얻을 수 있지만, 당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과잉 경쟁을 부르는 대가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또 시 주석이 후계자 지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번째 임기(2017~2022년)를 시작하면서, 리커창 총리를 포함한 지도부 인선 역시 불확실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중국 공산당 내부적으로는 덩샤오핑이 정한 비공식 내규인 재직기간 10년,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 68세는 은퇴) 의 암묵적인 규칙이 지켜져 왔다. 중국 헌법은 국가주석과 국무총리, 부장(장관) 등에 대해 임기 제한을 두고 있지만 총서기 임기는 공식적인 규정이 없다. 시진핑 주석은 총서기,중앙군사위주석 직을 겸하고 있다.
이 원칙은 공산당의 불투명한 집권을 돕는 규칙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10년 임기를 보장해 1990년대 이후 권력 이동이 순조롭게 진행하도록 하고 다른 정치 계파가 권력을 장악할 기회를 주며 독재자의 출현을 막는 역할도 해 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내년 가을에 열리는 제19차 당대회에서 5년마다 한 번씩 선출되는 상무위원이 가려진다. 이번 대회에서는 시 주석 후계자 후보들이 새로 상무위원에 뽑힌다. 현재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5명이 '7상8하'의 원칙에 따라 은퇴 대상이다.
시 주석 자신도 지난 2007년 17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에 오르면서 중국 최고 지도자로 가는 길을 확정지었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후계자 지명을 미루는 것은 후계자의 능력과 충성심을 검증하기 위한 시간을 더 벌 수 있게 하고 시 주석이 은퇴한 이후에서도 막강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후계구도는 불투명한 상태이다. 애초 6세대 지도부의 핵심으로 알려졌던 후춘화(胡春華·53) 광둥(廣東)성 서기, 쑨정차이(孫政才·53) 충칭(重慶)시 서기를 포함해 확실한 증거가 포착된 후계자 후보는 나타난 바 없다.
세바스천 하일먼 메르카토르 중국전문 연구원은 "시진핑 지도부의 후계구도 결정이 연기됨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공산당 당내 심각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왕치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내년 유임 여부가 시 주석 권력 연장을 판단하는 시금석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68세인 왕 서기는 '7상8하'의 원칙에 따라 내년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러나 왕 서기가 유임될 경우 2020년 69세가 되는 시 주석도 왕 서기의 전례에 따라 총서기직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마련되고, 이와 연관된 시 주석의 의중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