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2년간 공들인 코리아체조를 제치고 늘품체조가 돌연 국민체조로 정해지는 과정에서 차은택 씨가 영향력을 끼쳤다는 의혹이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코리아체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했던 정황이 문건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2014년 10월, 미스코리아 출신 헬스트레이너 정모 씨가 문광부에 늘품체조를 제안합니다.
코리아체조 제작 발표회를 두 달 앞둔 때였습니다.
[안민석 의원/지난해 4월 교문위 : (정씨가) 문광부 과장에게 전화를 해요. 좋은 체조를 하나 만들었는데 한번 보실래요? 4일 후에 문광부 과장이 봅니다.]
이후 상관인 당시 김종 차관이 4차례에 걸쳐 늘품체조 시연에 참여합니다.
제안 다음 달인 11월, 대통령은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정 씨를 따라 직접 늘품체조를 선보입니다.
불과 한 달 만에 코리아체조를 대체한 겁니다.
이를 두고 각종 의혹이 터져 나왔습니다.
당시 교문위 배재정 의원은 "정 씨와 아이돌그룹 안무가 2명이 차은택 씨와 깊은 친분이 있는 사이인데 대통령과 김 장관, 차 씨의 인연이 개입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차 씨가 홍보에도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이어졌습니다.
1억원가량의 정부 예산을 들여 늘품체조 홍보영상이 제작됐는데 사실상 차 씨가 이를 맡았다는 겁니다.
교문위 유은혜 의원은 "수의계약을 맺은 회사는 유령업체이고, 주소를 확인해보니 차은택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라는 회사와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안민석 의원/지난달 27일 교문위 : (늘품체조) 동영상을 제작한 사람이 누구죠?(김종 2차관 : 추후에 알았습니다.) 차은택 씨입니다. (김종 2차관: 네, 추후에 알았습니다. 저희도 몰랐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당시 김종덕 장관은 "국민체조로 대용할 계획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문광부에서 입수한 '국민체조 변천현황' 자료(교문위 손혜원 의원실)엔 이미 늘품체조가 국민체조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부상 위험이 있어 정부 예산을 들여 상당 부분의 동작을 뒤늦게 수정했던 것도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취재진은 차 씨와 정 씨 양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