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체벌, 합리화하는 사회 분위기…부모 절반 "위협은 폭력 아냐"

입력 2016-10-03 10:05

체벌에 대해 합리적 기제 작동

연령 높고 아이 많을수록 관대

부모에 대한 교육 제도화 늘려야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체벌에 대해 합리적 기제 작동

연령 높고 아이 많을수록 관대

부모에 대한 교육 제도화 늘려야

체벌, 합리화하는 사회 분위기…부모 절반 "위협은 폭력 아냐"


#1. 지난 2013년 법원은 사실혼관계에 있던 여성의 10살 자녀의 머리, 팔, 허벅지 등을 회초리로 수십차례 때려 멍이 들게 하는 등 신체에 손상을 준 A씨에 대해 징역 6월, 가정폭력치료강의 40시간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는 "숙제와 공부를 하지 않아 체벌했다"고 항변했으나 법원은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없는 처벌"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아동폭력 문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체벌에 관대한 사회문화에서 온다는 지적이 많다.

민법 제915조에 따르면 '친권자는 보호 또는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체벌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지난해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돼 이제는 부모가 아이를 훈육 차원에서 체벌하더라도 범죄행위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현실에서 인식 개선은 더딘 상황이다.

부모가 자녀에게 폭력을 허용해도 된다는 합리화 기제가 우리 사회내에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19세 이상 경기도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폭력허용태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의 습관교정을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는 응답비중이 48.7%나 됐다.

또 '예의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 '공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때리겠다고 위협해도 된다'는 응답이 각각 35.3%와 23.3%로 나타났다.

단편적으로 '때리겠다고 위협하는 행동'을 폭력인지 묻는 문항에서는 17.9%가 아니라고 답했다.

이같은 응답률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높았는데 60대의 경우 32.9%가 폭력이 아니라고 응답했고 이어 50대(24.9%), 40대(17.2%), 30대(10.6%), 20대(6.7%) 순이었다.

미혼보다는 기혼자가 자녀학대를 폭력으로 인지하지 않는 비중이 높았다. 기혼자의 응답률이 21.6%로 미혼(8.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또 자녀유무에 따라서는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21.9%가 폭력이 아니라고 답했고 자녀가 없는 경우에는 15.8%만 폭력이 아니라고 답했다. 또 자녀수 3명 이상 부모는 24.6%가 폭력이 아니다라고 응답해 2명(22.1%), 1명(19.8%)보다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체벌에 대한 '합리화 기제'가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폭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때때로 체벌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체벌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아동학대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아동학대의 정의를 아동의 심신의 성장, 인격의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고 확대 해석해 '배우자 폭력'도 아동학대에 포함하는 등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또 부모의 체벌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부모교육'의 중요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현재 결혼 전, 임신·출산기, 자녀학령기 등 연령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생애주기별 부모교육'을 실시 중이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적부의 산하기관 등에서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일단 올해 여성가족부가 부모교육에 참여한 부모 304명을 대상으로 교육 전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양육 스트레스 항목에 대한 점수가 하락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이 양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라는 응답은 3.43점에서 3.29점으로 0.14점 감소했고, '아이가 귀찮고 짜증스러울 때가 있다'는 2.67점에서 2.48점으로 하락했다.

다만 부모교육을 받는 부모들은 자녀양육에 관심이 많아 자발적으로 수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정작 부모역할 지원이 더 필요하지만 자녀양육에 관심이 적은 부모나 부모교육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부모, 부모교육을 찾아가서 들을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부모들은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학대부모 부모교육 이수 의무화 ▲취약가정지원 서비스와의 연결 ▲출산・양육지원 서비스와의 연결 ▲학교 교육에 아동대상 부모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모교육을 제도화 시켜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혜원 서경대 아동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부모교육은 자발성에 기초해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제도화된 부모교육에 대한 중요성은 사회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에 부모교육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일정한 수준의 제재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관련기사

대법 "아동학대 범죄 공소시효 정지…소급적용 가능" 미국 언론 "브래드 피트, 자녀 학대 혐의로 조사 중" 대낮 여중생 성폭행·실종 아동 익사…사회 안전망 구멍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