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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소멸시효 인정"…금융당국 '방관'에 소비자 피해 커져

입력 2016-09-30 15:53

7월말 기준 14개 생보사 자살보험금 지급률 42%
'빅3' 삼성·교보·한화생명 포함 7개사는 13.5% 불과
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은 1497억원
수수방관한 금융당국이 사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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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말 기준 14개 생보사 자살보험금 지급률 42%
'빅3' 삼성·교보·한화생명 포함 7개사는 13.5% 불과
소멸시효 지난 자살보험금은 1497억원
수수방관한 금융당국이 사태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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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소멸시효 인정"…금융당국 '방관'에 소비자 피해 커져


보험사에게 자살보험금 지급 의무가 있더라도 소멸시효(2년)가 지난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재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미지급 규모는 1500억원에 육박한다. 금융당국이 민원 분쟁이 제기된 초기부터 방관하지 않고 적극 대응했더라면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0일 교보생명보험사가 A씨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상법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는 2년이 지나면 청구할 수 없다"며 "B씨는 2006년 7월 사망했고 A씨의 보험금 청구는 2014년 8월 이뤄졌으므로 더는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해 교보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7월 말까지 지급한 자살보험금은 1104억원으로 14개 생보사 전체에서 지급해야 하는 자살보험금 2629억원의 42%에 그쳤다. 절반 이상인 1525억을 내주지 않은 것이다. 이 중 98%에 달하는 1497억원은 소멸시효가 지났다.

'빅3'인 삼성·교보·한화생명을 비롯해 알리안츠·동부·KDB·현대라이프 등 7개사가 지급한 보험금은 204억원으로 미지급 규모(1515억원) 대비 13.5%에 불과했다.

이들 보험사는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해당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번에는 소멸시효를 운운하며 지급 결정을 미뤘다.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의 문제가 되는 재해사망특약 약관은 2001년 동아생명(현 KDB생명)이 만들었다. 이후 경쟁사도 같은 상품을 너나 할 것 없이 시장에 내놨고, 20010년 초순까지 전체 보험사에서 280만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당시에는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지난 후에 자살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는 조항이 약관에 포함됐다.

그러다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이 커졌고 보험사는 부랴부랴 2010년 1월 이후 약관에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재해사망은 일반 사망에 비해 보험금을 2~3배 더 받기 때문에 그 만큼 보험사의 부담이 큰데 보험사는 자살사고에 대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속이고 일반 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해 왔다.

더욱이 자살 피보험자 유족이 보험금을 못 받은 건 애초에 신청을 안 해서가 아니라 대법원 판결을 기다린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지급을 미뤘기 때문이다.

소멸시효에 따른 민사적 책임 면제와는 별개로 소비자와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보험금 지급 의무를 마땅히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도 거세다.

금감원은 미지급 관련 분쟁 초기에는 방관하다 2014년이 돼서야 대대적인 점검에 착수, 약관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상품이 출시된 지 12년이 지나서야 시정 조치한 셈이다.

이미 2005년과 20008년에 소비자 민원과 분쟁이 제기됐지만 그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겼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가 제 때 받지 못한 미지급 규모는 불어났다. 당국의 수수방관으로 호미로 막을 일이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된 꼴이 됐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민원 초기에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검사에 나섰다면 생보사들이 지금처럼 소송전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쳐 결국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생보사는 소비자를 속이고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하다 대법원이 재해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니까 청구권 소멸시효를 주장했다"며 "약관해석의 기본 원칙인 작성자불이익의 원칙까지도 져버리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송까지 제기한 비도덕적인 행태에 대해 금감원은 중징계를 내려야 하고 생보사는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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