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과의 1차 토론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빌 클린턴 성추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폴리티코, CNN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불륜을 클린턴 후보 공격 소재로 사용해도 되는 지를 놓고 공화당 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트럼프 선거캠프는 이날 측근들에게 보낸 문건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과거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 저지른 불륜 등 그를 둘러싼 성추문을 적극 거론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문건은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과 남편이 빌 클린턴 고소자를 파멸시키기 위해 협력했던 것처럼 여성을 대우한 적 없다"며 클린턴 후보가 르윈스키 등 남편과 성추문이 난 여성들을 비방해 왔다고 했다.
이 문건은 "빌의 불륜에 대해 힐러리 탓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는 고소한 여성들을 파괴하려는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남편의 백악관 시절인 1998년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졌을 때 오히려 남편을 옹호했다. 그는 보수 세력이 남편을 음해하려 한다고 규탄하면서 르윈스키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진영의 전략은 이 같은 사실에 착안한다. 트럼프를 지원하는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빌 클린턴의 성추문이 터질 때마다 피해 여성들을 앞장서 공격한 건 클린턴 후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지난 26일 1차 토론에서 빌 클린턴과 딸 첼시가 방청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성추문을 운운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다음 토론에는 봐주지 않고 맹공을 가하겠다고 별렀다.
공화당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트럼프가 미스 유니버스 외모 비하 등 각종 성차별 발언으로 논란을 겪는 상황에서 빌 클린턴의 문제를 들먹이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경선 초반부터 트럼프를 지지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ABC뉴스 인터뷰에서 "진흙탕에서는 절대 클린턴 부부를 이길 수 없다"며 이들은 최고의 '시궁창 싸움꾼'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빌 클린턴 성추문 공격을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은 인신공격보다는 정책 대결로 승부를 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시동을 건 모양새다. 그는 29일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빌 클린턴의 불륜을 언급하지 않고 토론이 있는 주를 보냈다고 비아냥대며 "클린턴 부부는 추악한 과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