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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국회 올스톱…퇴로 막은 집권당 대표 '단식농성'

입력 2016-09-27 18:51 수정 2016-09-2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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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회가 이틀째 올스톱됐죠. 집권 여당 대표는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고, 야당은 오늘(27일)도 단독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습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국회 상황에 답답한 건 국민들 뿐이죠. 특히 집권당 대표가 단식 농성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여당 발제에서는 퇴로가 막혀버린 국회 상황을 진단해보겠습니다.


[기자]

이정현 대표가 다시 점퍼를 꺼내 입었습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이렇게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는 왜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 저도 이렇게 비슷한 점퍼를 입고 하루종일 고민해봤습니다.

지금부터 제가 내린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쇼 아니냐?" 이런 반응이 당연히 나올 만 한데, 이 대표는 지금 몹시 진지합니다.

[이정현 대표/새누리당 :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이게 쇼로 보일 겁니다. 그러나 이정현이 하는 것은 쇼가 아닙니다. 며칟날 정해놓고 그런 식으로 장난치고 하는 그런 것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하려면 시작도 안 했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은 겉으로 보기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강성 투쟁에 "퇴로까지 막아버렸다"는 불만도 적지 않습니다. 당장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은 "국감에 참석하겠다"면서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무성 전 대표도 비공개회의에선 "파업보다는 원내에서 해결하자"는 의견을 냈지만, 이 대표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갈등 때문인지 어젯밤 늦게 두 사람이 비공개 산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밤 10시 30분쯤 국회 본관 앞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단식농성을 결심한 현직 대표와 강경 투쟁을 우려하는 전직 대표는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 이 대표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이정현 대표/새누리당 : 나라 걱정 많이 했죠. 그 분도 오랫동안 정치를 했기 때문에 정말…이런 정말 상황은 보다보다 처음 본다는 거죠.]

사실 이 대표의 '단식농성'은 그 자체로 논란의 대상입니다. 2년 전 이 대표가 했던 이 발언 때문입니다.

[이정현/당시 새누리당 의원 (2014년 10월 31일) : 단식투쟁을 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나라도 바로 아마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바로 우리 국회의원의 특권이 시작되고 있는 것입니다.]

단식투쟁을 국회의원의 특권이라고 했던 이 발언. 그렇다면 이 대표는 지금 특권을 행사하고 있는 걸까요.

그러잖아도 이 대표의 '특별한' 혹은 '특이한' 단식투쟁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 국회에 있는 대표실에서 '비공개' 단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식농성 모습은 정해진 시간에 일부만 언론에 공개됩니다.

물론 문을 닫고 있다고 해서 이 대표가 몰래 음식을 먹지는 않겠지요. 현재 물과 소금만 섭취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일반적인 단식농성의 모습은 아닙니다.

보시는 것처럼 국회의원들이 단식농성을 할 땐 보통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개적으로 진행합니다. 단식 모습이 공개돼야 지속적으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이 대표는 '비공개' 단식을 하는 걸까.

"대표 체면이 있는데 길거리에서 단식하기는 좀 그렇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설명입니다.

자, 이제 가장 핵심적인 물음에 답할 차례입니다. 이 대표는 왜 저렇게 논란이 되는 단식을 택했을까. 제가 찾은 정답은 이겁니다.

만사통통. 모든 일을 대통령 뜻에 통하도록 행동한다는 뜻입니다. 이 대표가 단식을 결심하기 이틀 전 박 대통령의 발언부터 보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2016년 장·차관 워크숍 (지난 24일) : 이러한 비상시국에 굳이 해임건의의 형식적 요건도 갖추지 않은 농림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유감스럽습니다.]

장관 해임안을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걸로 규정한 발언입니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나온 뒤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는 야당을 향해 이렇게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정현 대표/새누리당 (지난 25일) : 대통령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쓰러질 때까지, 탄핵까지도 할지도 모르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네, 탄핵이란 말은 웬만해선 입에 올리기 쉽지 않은데, 이 대표의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야당이 대통령을 공격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자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야당에선 "미르재단 등 대통령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덮기 위한 물타기 작전"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음악으로 발제 내용을 정리합니다.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둬야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입니다. 이 대표는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 때도 대통령 눈치만 본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바람처럼 민심을 전한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단식까지 결심한 이 대표를 보며 많은 국민들은 의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정현의 '바람'은 대통령을 향해서만 불고 있는, 아무 흔적도 없는 바람이 아니냐고 말입니다.

오늘 여당 기사 제목은 이렇게 정하겠습니다. < 퇴로 막은 집권당 대표의 단식농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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