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5차 핵실험에 이어 로켓 엔진 실험까지 나서면서, 더욱 속을 태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벌써 반 년 넘게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임직원들입니다. 이들은 당초 정부가 약속한 피해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살 길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공단이 폐쇄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이희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기로 하였습니다"
개성공단 폐쇄 7개월
[김기동/협력업체 대표 : 완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죠. 아무것도 안해놓고 하루 아침에 폐쇄시키면 내 물건 들어간 것 어쩌라고.]
[이영현/협력업체 대표 : 정부에서 문 안닫는다. 그래서 다 들어왔던 거예요. 그 믿음 가지고. 지금은 기대감이 없어요. 문을 연다 해도 그때(3월)처럼 활성화 되리라 생각 안 해요.]
뿌연 안개 속으로 개성공단이 보입니다. 인적이 끊긴 공단에는 적막감만 감돕니다.
취재진이 군의 협조를 얻어 멀리서 촬영한 개성공단입니다. 공단으로 통하는 1번 국도에도 오가는 차량은 없습니다.
공단이 멈춘지 7개월째. 최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입주 기업들 속은 더 타들어 갑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 사태가 진전돼서 재가동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그 꿈은 다 날라간 것과 다름 없다. 기업들이 다 죽어나가잖아요. 아예 고삐가 풀려버린거 아닙니까.]
124개 입주 기업들은 피해 지원을 놓고 아직도 정부와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합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8월 11일 정부서울청사 : 6개월 민생이 죽어간다! 실제 피해액 보상하라! 특별법을 제정하라!]
10만명이 일하는 5천개 협력 업체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특히 협력 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입주 기업 33곳을 상대로 30억원 규모의 소송에 나서면서 추가적인 갈등까지 불거지고 있습니다.
[협력업체 관계자 : 들어간 물건들을 반입받지 못했잖아요, 지금까지. 부도나 사업을 접는 것이 아닌 이상 피해가 수천만원이 아니라 곱하기 2를 해서 수억으로 보셔야 하기 때문에.]
한계로 내몰리는 건 입주 기업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플라스틱 사출업체 컴베이스입니다.
한때 북한 직원을 포함해 1000명이 또봇과 터닝메카드 같은 인기 완구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서울 임시 공장에서 직원 4명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박남서/개성공단 입주기업 : 투자를 해야 할지 안 해야 할지… (개성에 남긴 설비도) 장마철이 지나고 기계가 녹이 슬면 쓸 수가 없어요.]
역시 개성에 입주했던 식기 업체의 창고엔 재고품만 잔뜩 쌓여있습니다.
5년 전 개성으로 생산시설을 모두 옮기는 바람에 더 큰 손해를 봤습니다.
이렇게 재가동이 미뤄지면서 아예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중소 섬유회사 나인 모드는 지난달 베트남에 공장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개성보다 인건비가 비싼 데다 현지 개척이 어렵고, 시설도 영세해 앞날이 밝지 않습니다.
개성공단 가동이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기업들은 정부에 더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