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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대신 친구·지인들과 보내요'…청년층 명절 新풍속도

입력 2016-09-14 10:03 수정 2016-09-14 10:43

도시·거주지역에 남아 연휴 보내는 2030세대
음식 만들어 지인들과 모임 가지며 휴식과 오락
직장·가족·사회 등 굴레에서 벗어나 편안한 시간 모색
"어른 피하려는 경향…고향에 대한 인식 변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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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거주지역에 남아 연휴 보내는 2030세대
음식 만들어 지인들과 모임 가지며 휴식과 오락
직장·가족·사회 등 굴레에서 벗어나 편안한 시간 모색
"어른 피하려는 경향…고향에 대한 인식 변화도"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을 찾지 않을 계획이다.

얼마 전 부모님을 뵙기도 했거니와, 연휴 기간 귀성길에 나서 사람들에 치이느니 서울에 남아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을 만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김씨는 14일 "이미 연휴 5일 중 4일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며 "일에 치여 사느라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 함께 연휴를 보내면서 휴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들에겐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라는 명절 인사가 무색하다. 명절은 가족과 보낸다는 전통을 깨고 주변 지인과 함께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결혼정보업체 가연이 최근 미혼남녀 481명(남 220명·여 2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68%)이 이번 추석 때 '적어도 하루 이상 혼자만의 시간을 갖겠다'고 답했다.

5명 중 1명은 '가족들의 잔소리에 지쳐 혼자 있고 싶다'고 밝혔으며, 11%는 '연휴 후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런 트랜드 속에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고 서울 등에 머무르며 가족 외의 사람들과 연휴를 보내는 2030세대가 적지 않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사는 김형준(35)씨는 추석 당일인 15일 가족이 아닌 이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할 계획이다. 김씨는 "김치찌개 등을 준비해 사람들과 나눠 먹을 예정"이라고 했다. 온라인을 통해 희망자를 모집했고, 8명이 참석 의사를 전했다.

김씨는 "다른 이들과 함께 먹고, 놀고, 나누는 걸 좋아한다"며 "약 2년 전부터 명절에 음식을 만들어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전에 명절을 함께 보낸 이들 중 이번에 또 오겠다고 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서 덴마크 쿠킹클래스를 운영하는 덴마크인 A.K.(여)씨는 이번 연휴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에 걸쳐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밥을 먹을 예정이다. 추석 당일인 15일에만 온라인을 통해 6명이 참석 신청을 했다.

A.K.씨는 "지난해부터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처음엔 참석자 대부분이 외국인이었지만 올해 한국인 참여가 부쩍 늘었다"며 "평소 바쁘게 생활한 사람들이 고향에 가기 위해 장시간 운전하는 데 부담감을 느껴 도시에 남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런 모임을 통해 직장·가족·사회 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서 "그 때문에 연휴 기간 진정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모임에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에 남지 않고 친구와 함께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많다.

경기도 소재 대기업에 근무하는 전모(26·여)씨는 9일 일정으로 친구와 함께 몽골 여행을 떠났다.

입사 후 첫 명절이라는 전씨는 "전무후무한 긴 연휴인데 집에서만 보내기 아쉽다"며 "제사 전통을 엄격하게 지키는 집안이지만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 항공권을 끊었다"고 말했다. 부모님껜 연휴 내내 회사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둘러댄 상태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난이 가져온 새로운 풍속도라고 해석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난이 심해지다 보니 어른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직장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모 세대의 기준과 본인의 상황이 어긋난 청년들이 어른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풀이했다.

'고향'에 대한 인식 변화가 부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문화평론가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현 청년층의 '고향'에 대한 인식은 부모 세대와 차이가 있다"며 "어릴 적부터 이동이 많고 주거지가 불분명해 고향에 대한 소속감이 낮아지면서 명절에도 힘들여 고향을 찾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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