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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쿵쾅, 이불 들고 뛰었다"…공포의 밤 보낸 경주

입력 2016-09-14 08:47 수정 2016-09-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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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 기자가 지진이 발생한 경주로 내려갔습니다. 전해온 소식을 보면 이 이상의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공포의 시간을 보낸 경주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살펴봤습니다.

이가혁 기자입니다.

[기자]

진열대가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한쪽 벽 통유리가 영화처럼 무너져 내립니다.

경북 경주시내 한 의류매장 CCTV에는 규모 5.8 강진의 충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그 뒤 2시간이 흐른 뒤에도 취재진이 탄 경주행 KTX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KTX 내 안내방송 : 경주지역 지진 발생 및 계속적인 여진 발생 우려로 안전한 열차 운행을 위해 정상 속도보다 감속 운전하는 관계로….]

어렵게 닿은 신경주역에선 지진 때문에 전등이 떨어져 긴급 보수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자정 무렵 도착한 경주시내 패션거리에는 폭탄이라도 떨어진 듯 여러 가게의 유리창이 박살나있습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건 구사일생 경험담입니다.

[주민 : 엘리베이터가 6층에 있었거든요. 문을 여니까 문 여는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그냥 전속력으로 아래로 내려가서 벼락 치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아무 제동장치도 없이.]

이불 몇 개만 간신히 챙겨 가족들과 인근 학교 운동장으로 몸을 피한 한 아버지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주민 : 아까 서너번 정도 왔다갔다했어요. 계속 집에 들어갔다가 불안해서 또 나오고.]

학교 운동장마다 텐트나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피난 가족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두 딸을 데리고 나온 엄마는 특히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장혜영/경북 경주 성건동 : (학교 운동장으로 누가 오라고 안내를 한 건가요?) 아니요. 그냥 인터넷 보고 (나왔어요.) 재난 방송도 없었고요.]

이 가족이 급히 버리고 온 집에 들어가보니 강진이 엄습한 순간의 긴박감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문영규/경북 경주 성건동 : 원래 (매트리스가) 안방에 있던 것을 집사람이 급한 마음에 애들 보호하려고 이렇게 집처럼 만든 거죠. (아기랑 어머니랑 안에서?) 네, 아기들 안에 넣어놓고 있다가…]

새벽까지도 한 아파트 상가건물 앞에는 출입을 막는 노란 줄이 쳐진 채였습니다.

3층 짜리 상가 지붕 위에서 이렇게 한 손으로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기왓장 수백 장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떨어질 때 충격으로 보시는 것처럼 신호등까지도 파손됐습니다. 이 기왓장들이 인근 횡단보도까지 떨어져, 자칫 보행자가 있었다면 크게 다칠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김영수/상가 입점 점주 : 누가 싸우는 줄 알았거든요. 와장창창, 그랬다니까요.]

대학교 운동장에서도 차마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이 새벽까지 서성였습니다.

[조거평/대학생 : 기숙사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빨리 학생들 밖으로 나가서 운동장으로 대피하라고 해서 (나왔어요.)]

경주 시내 번화가의 깨진 유리는 이제 곧 복구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진으로 무너진 경주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은 언제 복구될지 아직 불투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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