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8일) 저희가 회의 때 잠깐 얘기했습니다만,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대한 1심 선고가 어제 내려졌죠.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 원이 선고됐습니다. 홍 지사 입장에선 정치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 있을 텐데요. 홍 지사를 모델로 한 드라마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스타 검사'의 길을 걷다가 정치권에 입문했던 홍 지사 아니겠습니까. 위기 속에서도 "이런 일로 기죽지 않겠다"며 대권 도전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뒀습니다만, 아주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오늘 여당 발제에서 자세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기자]
"법은 유한하고 정치는 영원하다." 불혹의 나이였던 홍준표 검사는 자신이 구속시켰던 노태우 정권의 황태자, 박철언 전 의원이 특별복권되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잘 나가는 스타 검사의 입장에서, 죄를 저지른 전 정권의 실세가 다시 자연인의 신분을 회복하는 걸 보고 느낀 분노였을 겁니다.
영원하기를 원해서였을까요? 홍 검사는 이듬해 홍 의원이 됐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 어제, 그는 검찰을 향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홍준표/경남도지사 (어제) : 내가 검찰의 전설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검찰이 나한테 한 짓도 아주 몰염치한 짓을 많이 했습니다. 그것도 내가 참겠습니다. 내가 지금 을의 입장이니까.]
홍 지사의 말처럼 지금 그는 을의 입장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홍 지사의 이 말을 들어보면 검찰과 법원에게만 을이 됐지, 정치권에는 여전히 을이 아닌 것 같습니다.
[홍준표/경남도지사 (성완종 리스트 정치자금법 위반선고 관련 기자회견, 어제) : (정치권 일각에서 정계은퇴에 대해…) 정치 일각, 누가? (글쎄요, 야당 쪽에서…) 야당 쪽에서? 박지원이는 은퇴 10번도 더 해야 하겠네. 박지원이는 그럼 은퇴 10번도 더했네.]
저축은행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가 최종 확정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사례를 자신과 견준 겁니다.
동병상련일까요? 박 위원장은 홍 지사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습니다.
[박지원/국민의당 비대위원장 : 잘 될 겁니다. 화이팅 홍준표]
이렇게 응원까지 받아가며 홍 지사는 정치에서 은퇴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강조했습니다. 홍 지사가 "갈 길을 가지 않고 주저앉거나 돌아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자 야권에선 그를 몰아붙였습니다.
[우상호 원내대표/더불어민주당 : 법조인 출신의 도지사가 사법부의 판단을 듣고 나오자마자 노상강도 당한 기분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서 이 분의 판단력이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진 것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고, 사법부를 거의 강도범에 비유한 이런 표현에 대해서 참으로 놀랐습니다.]
정치권뿐 아니라 일부 신문사에선 아직 최종 확정판결이 나지 않았지만, 홍 지사의 도지사직 자진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다시 시계를 21년 전으로 되돌리겠습니다. 슬롯머신 사건으로 까마득한 후배 검사에 의해 감옥에 갔다가 나온 뒤 특별복권된 박철언 전 의원은, "분노와 통한은 감옥에 묻어두고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실형 선고를 내린 1심 판결에 분노한 홍 지사의 통한이, 앞으로 어디에 남겨지게 될지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당 발제는 < 위기에 놓인 홍준표, 대선 향해 전진하나? >로 준비하겠습니다.